여덟 번째 이야기, 혼자 훌쩍 떠날 수 있다면?
종심소욕불유구 從心所慾不踰矩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을 어기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어디로 가볼까나?
지금까지 오면서 최선이라는 단어를 간직하고 살아왔다. 그 어떤 것에도...
그래서 딱히 떠나가고 싶은 곳은...
채원이에게 나 가고 싶은 곳 소풍(?)이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이제 3녀 1남 모두 터 잘 잡고 있으니 가볼까나 종심에 훌쩍 떠날 수만 있다면
'이슬 더불어 손에 손잡고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소풍(?)이나 가볼까나..'(ㅎㅎㅎ)
채원이의 말
어머니 소풍(?) 가시면 안 돼요.
저랑 종신계약이 되어 있어서
저의 오더가 있어야 소풍(?) 가신다고
카카오 레스토랑에서 브런치 드셔야 한다고...
'크로아티아'
이곳으로 떠나보고 싶다.
스위스 느낌도 나고
(동쪽 >>> 세르비아, 북쪽 >>> 헝가리)
프랑스 느낌도 나고
(서쪽 >>> 슬로베니아, 남쪽 >>> 보스니아)
접하고 있는.
나의 손녀 (2012년생)
언제나 늘 자장가로 스테판 하우저의 첼로곡을 틀어놓고 잠이 든다. 나의 집에 올 때마다...
왜 하우저에 첼로곡을 듣냐고 물었을 때,
나의 손녀는 하우저의 첼로 소리는 눈이 스르르 감기고, 따뜻하고, 소곤소곤 속삭이는 것 같다고.
심장이 하트 모양인데 심장이 펴지는 느낌(?)이라서 들으면서 꿈나라로 여행을 떠난다고 말하는 손녀.
(이름은 비밀에 부치라고)
하우저를 품은 크로아티아라는 나라를 손녀와 함께 가본다면 그 또한 손녀에게나 나에게나 heritage(?)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가능이라는 단어가 채택이 될지 모르지만... ㅎㅎㅎ
2021 5月 25. 火
- 명희 -
모든 생각과 상상은 아이를 낳기 전과 후로 나뉜다. 아이를 낳기 전 나에게 여행의 의미는 '일상으로부터 탈피'었다. 째깍째깍 똑같이 흐르던 시간들의 지루함에 신선함을 던져 줄 시원한 아메리카노 같은 존재. 그래서 최대한, 가능한 자주 떠났었다. 혼자든 여럿이든.
아이를 낳고 난 후 여행은 신선한 일상의 연장선이다. 행복하지만 '나'보다는 아들의 새로운 발견에 집중하게 된다. 단순히 바람을 쐬더라도 아직 온전히 24시간을 나에게 오롯이 맡겨둔 꼬맹이가 매달려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주제인데- 막상 생각하려니 별 생각이 안 난다.
푹 자고 싶다.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고요함에도 누군가의 뒤척임에도 깨지 않고 싶다. 작정하고 자면 12시간을 넘게 자던 나였는데- 그런 나를 잃었다. 조금 부지런해진 내가 좋기도 했는데 '여행'을 생각하니 '잠'이 떠오른다. 멋들어진 곳도 유명한 곳도 아니고 그냥 고요히 편히 잘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싶다.
지난겨울 열감기로 조금 아팠다. 열이 39까지 오르고 축축 쳐지는데도 새벽에는 수유를 하고 느적느적 집안일을 해야만 하는 게 조금 서러웠나, 지나고 나니 지낼만한 거였는데 그때부터 괜히 또 잠에 집착이 간다.
현재의 나는 그런 여행을 떠나도 그럴 수 없는 내가 되어버렸지만-
바다와 숲이 적절히 함께 보이는 침실에 누워 부스스하게 '엇 꽤 잔 거 같은데?'라며 깨고 싶다. 시간대 상관없는 간단하게 밥을 먹고,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가 스르르 또 잠들고 싶다. 엇 벌써 어두워졌네? 하며 맥주 한잔을 하고 또 스르르 잠들고 싶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깨어 나가 보니, 남편과 아들이 서있다. 이제 1년은 풀 충전 상태로 또 달릴 수 있겠다. - 라는 상상.
아 상상하다 보니 그곳이 '발리'였으면 좋겠다.
유일하게 '휴식'이 테마였던 몇 년 전 여행.
나는 지금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역시 사람은 고독한 휴식이 필요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