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는 대로 얼버무린 영화잡썰

[영화 범죄도시4] 아는 맛이 무서운 법

by 수상
??? : 맨 뒤가 제일 악질같은데??

영화 범죄도시4가 개봉했다. 어땠냐고? 내용과 재미 모두 부실했다. 사람들이 1편을 좋아했던 이유는 신선함 때문이었다. 특히 배우들에 대한 신선함이 가장 큰 요소매력포인트였다.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단순무식?한 모습과 스크린에서 낯선 무명급 배우들의 열연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다음 2편부터는 제법 혹평도 늘어났고 관객들의 반응도 반반이었다. 이후 후속편들이 개봉되면서 영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늘어났고, 그 이유를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신선도’라고 생각했다.

동일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배우들의 신선함은 줄어가는데(시리즈물의 특성상 감안하더라도) 이를 상쇄시킬 스토리마저 비슷했고, 결과적으로 영화가 재밌어서 찾아보는 게 아니라 마동석배우의 호쾌한 액션신이나 조연들과 주고받는 케미가 재밌어서 찾게 되는 영화로 전락해 버렸다. 영화가 재밌어서 보는 게 아니라 장면이 재밌는 것이다.

물론 이번 4편이 개봉했다는 소식에 ‘한번 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퇴근 후 팝콘과 함께하긴 했다. 1편만큼은 재미없을걸 알면서도 봤다. 영화를 보면서 주제의식에 대한 고찰을 한다던지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추론하는 재미가 아니라 두들기는 액션이 보고 싶었고, 예측한 장면들이 스크린에 어떻게 표현될지 알기에 오히려 예매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재미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사라진 신선함이야 이미 예측 가능했던 것이지만 또 다른 이유로는 김무열배우와 마동석배우가 캐스팅되었던 영화 악인전이 자주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동석배우가 빌런으로 등장하는 악인전은 범죄도시와는 전혀 다른 톤을 가진 누아르 장르의 영화다. 특히 살인범까지 얽혀 세 사람이 서로를 의심하는 영화의 기본 플롯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며 영화의 큰 줄기가 흔들리지 않게 무게를 잡아줬다. 같은 주연배우를 캐스팅한 만큼 분명 범죄도시4와 악인전이 비교될 것이 뻔했는데도, 한편으로는 그만큼 자신 있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었다. 결과적으로는? 범죄도시4의 비교판정패다.

치트키를 자주 쓰면 치트키가 아니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를 무척 아낀다. 아니 위에서 이렇게 까놓고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정말 재미없다면 ‘ 아 노잼이네’ 하고 끝나겠지만 한국영화에서 4편이나 제작된 시리즈물이 이렇게 혹평을 받으며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흔히 말하는 클리셰, 아는 맛으로 5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한국영화는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작자이자 주연인 마동석 배우는 5편 제작 소식을 전하면서 1-4편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5편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이른바 마블의 페이즈 2와 비슷하지 않을까(길가메쉬가 마블스튜디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만약 내가 연출할 수 있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흑화 된 마석도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페이즈 1(1-4편)에서 정의감으로 무장한 선한 모습의 마석도였다면 이후 페이즈에서는 잔혹동화의 주인공처럼 시련에 빠져 맹목적인 복수를 위해 변해버린, 현실에 고통받는 마석도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런 범죄도시5라면 기꺼이 n차 관람도 가능할 것이다.

익숙함이란 진부함이자 친근함이며, 패턴이자 안정감이고, 선택하기 싫지만 선택하기 쉬운 것이다. 범죄도시4는 ‘1편만 한 2편은 없다’는 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제작될 새로운 페이즈의 후속작들을 통해서 영화 한 편의 완성도가 아니라 시리즈 전체를 통과하는 세계관의 완성을 기대해 본다. 우리 곁에 친근한(주먹은 불친절한) 형사 마석도의 또 다른 모습을 오랫동안 보고 싶은 건 1000만 관객 모두의 마음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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