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서른이 처음이야?

#06. 야, 너 요즘 뭐 해?

by 수상


한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가 갑자기 카톡을 보냈다면 이는 아래 셋 중 하나다.

• 친구1 : 뭐 하고 지내? 밥 한 번 먹자(응, 나 결혼해)

• 친구2 : 뭐 하고 지내? 얼굴 한번 보자(부탁있어)

• 친구3 : 뭐 하고 지내? 한잔해야지(단순 궁금)

이런 경우가 아니라 평소 만나는 직장 동료나 친구들끼리 요즘 뭐 해?라고 물어본다면 보통 '출퇴근하고...' 이어서 본인의 개인시간을 말할 것이다. 취미말이다.


그동안 우린 'What's ur hobby'라는 문장이 '궁금하지도 않은 너의 취미를 영어수업시간이니까 그냥 물어보는 거야^^'라는 속뜻으로 물어봤었다. 그러나 서른에 다다른 나에게 취미는 곧 워라밸의 기준이자 진정한 나의 삶을 꾸릴 수 있는 소중한 틈이 되었다. (하기 싫은) 회사업무와는 다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자 치열한 현실로부터의 도피처인셈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은 이마저도 평가를 하고 줄 세우기를 한다.


내가 어릴때 서예를 (강제로)하게 된 이유.jpg

내가 좋아서 하는 것마저도 남들이 평가하는 잔인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비용-간지 그래프처럼 나의 취미로 나의 재정상태?를 판단하기도 하고, 특정 취미인지 듣기만 하고도 그 사람이 얼마나 멋지고 잘난 사람일지 상상하면서 판단해 버린다. 여기에 서른이라는 나이 옵션이 추가된다면 좋은 상상은 더 좋게, 나쁜 편견은 더 나쁘게 변해버린다.


'서른에 벌써 골프를 친다고?'

'퇴근하고 온라인게임을 한다고?'


물론 위 그래프가 절대적인 건 아니다. 좋고 나쁘다고 판단하는 건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에 결정되는 '가치판단'의 영역이며 그렇기 때문에 저 그래프를 만든 사람마저도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생각하고 순서대로 나열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프를 보고 한 번쯤은 피식했다면 그건 개인의 가치관이 그래프와 비슷하거나 아니면 내 생각과는 다르지만 적어도 그럴 수 있겠다고 0.1%만큼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생각과는 다르지만 피식했던 이 0.1% 공감은 바로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이고, 그들이 단정 지어버리는 가치판단이자, 사회구성원인 우리가 느낀 작은 끄덕임 정도일 것이다.

직업이나 취미에는 귀천이 없고, 사람마다 옳고 그름을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지만 우리의 주관을 흔드는 건 우리가 속해있는 집단과 사회의 통념적 가치판단이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특정 나이대에 대한 통념적 가치판단이 아직까지도 짙게 남아있다. 주위에서 들을 수 있는, 나이 서른이면 결혼할 때이고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은 가정을 꾸리기에는 부족한 것 같고 벌이가 시원치 않은지 그저 그런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말들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사회는 더욱 타이트하게 비교하고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결국 사회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잣대를 피할 수는 없다.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영화감독이나 개성을 뽐내는 패션리더들처럼 과연 평범한 우리도 꼿꼿하게 나를 드러내며 살 수 있을지, 또 그게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적어도 딱 하나, 그동안 30년 동안 참고 살았으니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보자. 헬린이가 되어 덤벨도 들어보고 스쿠버다이빙으로 니모도 찾아보자. 현실과 타협하고 미루다 보면 어느새 일상에는 무미건조해진 출퇴근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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