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결정해, 혼자 살 거야 말 꺼야
명절날 듣기 싫은 잔소리 중 top3안에 들어가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언제 결혼할래'라는 질문이다. 당장 내일 출근길에 탈 버스가 제대로 올지, 기상청 예보처럼 비가 올지 알 수 없는 마당에 막연한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을 지금 당장 말하라니. 말 그대로 노답(no-answer)인 이 질문이 서른이 된 나에게도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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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해,
혼자 살 거야 말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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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후 처음으로 배치된 센터에서 신규직원 환영 겸 조촐한 과자파티를 했었다. 파티라는 이름의 일대 다수 심층조사가 진행됐는데 얼떨떨해있는 신규직원에게 결혼 17년 차 주임님이 한 말씀하셨다.
"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이 사람이랑은 평생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종소리가 들린다고들 하잖아. 그때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 신이 주시는 마지막 기회니까 "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고 주임님도 농담반 진담 반(사실 비율은 잘 모르겠다)으로 말씀하셨을 거다. 하지만 갓서른이 된 나에게는 결혼 이후의 생활보다는 먼저 왜 결혼을 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했다. 단순히 '때가 당도하였으니 해야 하는 통과의례이니라'라는 사극식?! 화법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결혼의 장점과 단점을 종합해 보면 결혼은 서로에게 기대어 느끼는 안정감과 둘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행복감과 동시에 개인적인 시간이 부족하거나 금전적인 문제 혹은 제삼자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감과 피부로 느껴지는 부족한 것들 사이에서 결혼에 대해 고민하고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결혼할 결심이란 뻔하게 예상되는 물리적인 불편함들보다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행복감이 더 클 때,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장 결혼해서 같이 살면 나타나는 불편함 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 투성이고, 느껴지는 행복함 들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차원적으로는 결혼이 '불편한 것'이라는 오해에 빠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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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살아보니
혼자보단 둘이 더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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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주말에 축구하러 나가는 것조차 아내에게 먼저 물어봐야 한다는 형들을 식물남이라고 놀리며 시시덕거렸지만, 지금 결혼한(이토록 힘든 결심을 한) 그들을 생각해 보면 그때 우스운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나의 절반의 공간을 상대방으로 채운 멋진 사람들이었다. 결혼은 그런 것이었다.
그러니 명절날 날아드는 압정 같은 질문도 이렇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 혼자 누워서 보는 유튜브보다 같이 있기만 해도 좋은 사람이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