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기

나의 꼬따오(Koh Tao) 여행기록 prologue

by 수상

프롤로그

2024년 3월 초 어느 날, 3년간 만난 그녀와 헤어졌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다 맞는 커플은 없다지만 서른이 넘어가면서 이제는 서로의 모난 점들을 더는 이해하지 못해 지쳤고, 서로의 장점만 바라보던 시선은 이제는단점만 응시하게 되었다. 그렇게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냈다.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린 3년의 공백은 실로 어마무시했다. 머리로 수만 번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닥치고 겪어보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허무감과 허전함이 몰려왔다. 더욱이 원하지 않는 전화상담부서로 인사발령이 난 지 9개월 차. 시시껄렁한 민원전화 응대에 피곤함만 쌓인 상태였고 기피부서로의 이동은 업무에 대한 남은 열의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다시는 보지 못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무기력감. 의미 없는 쇼츠를 넘기며 시간을 죽이고,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서 평소 연락하지 않던 지인들과 미친 듯이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까. 유튜브 시청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저 그 순간의 도파민으로 우울한 기분을 희석시킬 뿐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시 공허했던 처음 그 상태로 돌아갔다. 반복되는 음주와 의미 없는 시간 죽이기. 결국 난 내 삶을 잃어버렸다.

결국 이런 상황은 나만 힘들고, 힘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끔찍한 현실로부터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법’. 우울한 현실로부터 도망칠 생각하던 중 여행이 떠올랐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자’.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으로(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아무렇게 지내보자라는 생각으로 검색 중 꼬따오라는 작은 섬을 알게 되었다. 태국 남부에 있는 작은 면적의 섬으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곳이었다. 심심하면 여행지를 검색해 보는 내가 처음 듣는 곳이라면 이번 여행지로 딱이라는 생각에 바로 비행기 표를 구매했다.

그렇다면 꼬따오에서 정말 아무것도 안 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걸 다들 아시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