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꼬따오(Koh Tao) 여행기록 ep 1
여행의 이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갑자기 터져 나온 것이 아니었다. 자욱한 안개처럼 늘 깔려있다가 무언가 터져버리면 걷잡을 수 없이 떠나고 싶어 진다. 나에게 24년의 3월은 그런 순간이었다.
어언 3년의 시간을 함께한 사람이 사라지고 좋았던 순간들 마저 누구에게 말하지 못하고 지워야 하는 고통이 뒤따랐다. 스스로 잘한 결정이라며 다독였고 20대의 빛나는 3년을 잃어버린 것 같아 허망했다. 가슴에 큰 구멍이 났다. 그 어떠한 것으로도 구멍을 메우지 못했고 술에 기대어 잠들고 다시 일어나 이런 내 모습에 실망하기를 반복했다.
'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바뀔 기회가 필요해 '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흔히 에펠탑을 보러, 그랜드케니언을 보러 여행지를 결정하고는 한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괴로운 현실을 떠나고만 싶었을 뿐 딱히 원하는 것은 없었다. 아무도 없는 바다와 고요한 침묵이 필요했기에 살면서 들어보지 못한 곳으로 가기로 했다.
'Koh Tao'
방콕에서 가는 길이 너무 힘들고 오래 걸려서 사람들이 자주가지 않는다는 곳.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 굳이 수고스럽게 찾아가야 한다니. 아이러니였다. 지금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로부터 벗어나는데 이렇게 어렵다는 걸까.
간절했다.
눈뜨면 마주하는 현실이 괴로웠다. 그래서 난 그 수고스러움을 굳이 돈을 써가면서 경험해보려고 한다. 그 끝에 다다랐을 때 덕지덕지 붙은 삶의 흔적들이 훌훌 날아가지 않을까 하는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