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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환 Aug 12. 2021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

뙤약볕이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 지난해 긴 장마와 달리 청명한 하늘과 그림 같은 구름은 우리 국민들의 유일한 위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염병 확산은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타국에선 연일 산불, 홍수 등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IPCC(UN 산하 기후변화 협의체)는 6차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이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라 확인하였다. 심지어 10년이 앞당겨진 2040년까지 탄소중립이 되어야 만 위기 대응이 가능하고 한다. 인과응보(因果應報). 뿌린 대로 거둔 것이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취약계층일수록 더 가혹하다. 더우면 에어컨 아래 열기를 식힐 수 없고, 화재나 홍수가 나도 최소한의 안전을 위한 보호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기후위기의 책임은 더 오랫동안 인간 활동을 추진해온 선진국들 또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 가장 큰 혜택을 본 기업들과 일부 부유층에 있다.


얼마 전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뉴스를 보았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는 탄소배출과 이상 기후 현상에 대한 책임도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한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2050년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강·중·약 3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쉽게 말하자면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3가지 루트가 있는데 난이도가 다른 길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산은 너무 높고 험난하며 초행이라 결코 혼자 올라갈 수 없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모두가 각자의 역할과 책임에 전심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루트가 맞는지, 그 길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어떤 장비가 있어야만 그 길을 통과할 수 있는지 뿐만 아니라 아예 그 길을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직 첫발도 떼지 않았는데 정상에 오른 것처럼 고단하다. 아마 이 여정은 너무나 길고 힘들 것이다.


우리 인간은 외부에서 강한 스트레스 요인이 오면 스스로 망각하거나 피하려는 본능이 있다. 우린 쉽게 포기하며 합리화하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때로 더 자극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내려가는 길은 모두 막혀 있다. 오로지 올라가는 것만이 가능하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코로나19나 기후위기는 피하거나 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뜻을 모아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이 길을 갈 수 있을 것인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정보 불균형이 너무 심각하다는 점이다. 일반 국민들이 전문가적 수준의 지식과 관점을 갖기는 어렵다. 또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몇몇 전문가들의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환경 문제의 정치화, 변화를 거부하는 탄소기반 산업의 저항에 국민들은 지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하고 끊임없는 소통이다.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소통은 금방 그 얕은 깊이가 드러난다. 국민들은 그 말을 믿지 않을 뿐 아니라,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국민들이 충분한 시간과 논의를 거쳐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국민들의 신뢰는 높아지고, 탄소중립에 대한 갈등도 잠잠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탄소중립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그에 따른 즉각적인 편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하니 국민들이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하지만 왜 잘 바뀌지 않고 환경운동가들만 하는 일이라 치부할까. 그 주장은 희생과 당위성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지속적인 편익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은 일상에서 더 익숙하고, 생활에 꼭 필요한 활동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통화보다 카톡이, 발품보다 핸드폰이 더 편한 세상이다. 이젠 남녀노소 누구나 온라인 쇼핑과 앱 재테크를 선호하고, 익숙하다. 만약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재테크를 할 때 AI가 모든 거래의 탄소배출량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탄소배출 저감에 기여할수록 정부나 민간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어떨까. 기업들에게도 탄소 감축이 단순 규제가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 배출을 저감 하면 적절한 인센티브 정책을 활용하여 탄소중립을 새로운 기회로 만달 수 있는 확실한 당근 정책은 어떨까.  멀고 힘든 길은 함께 가는 동반자들이 때론 손을 잡아 이끌어주고, 때론 도움을 받으며 그 발걸음을 맞춰 가야 한다. 이것은 시민과 기업으로부터 시작하여 동반자인 정부가 해야 할 의무다.


때론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 너무나 길고, 힘들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면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다시 한 발을 내딛는 용기(Grit)가 필요하다. 2050년 아니 그보다 더 빠른 2040년까지, 불가능에 가까운 탄소중립을 꿈꾼다. 산 정상에 다다르면 다리가 풀리고 주저앉고 싶지만, 정상에 도달해서 볼 수 있는 풍광과 희열이 초인적인 힘이 게 만들어 어느새 두발을 정상에 닿게 한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아들과 그 정상에 앉는다면, 무척 힘들었지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다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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