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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an 31. 2024

@1023 <나는 우리 팀의 구멍인가 구멍을 메우는~

@1023

<나는 우리 팀의 구멍인가 구멍을 메우는 천사표인가>     


1.

“그렇게 비싸게 주고 그 선수를 트레이드해 왔다구?”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도 가끔 뉴스를 보며 깜짝 놀란다. 저렇게 대단한 팀이 선수 한 명 보강하느라 왜 그리 큰돈을 쓰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미 스타 선수가 여러 명 있으니 부족한 선수 한두 명 있어도 우승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을 듯한데 필요한 선수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기어이 데려온다.     


2.

탁구 복식은 단 2명이 하는 경기이므로 누가 생각해도 선수 한 명 한 명의 영향력이 엄청 대단하다. 축구는 한 팀이 11명이니 저 구석에서 누군가 슬슬 걸어 다녀도 별 티가 안날 줄 알았다. 절대 그렇지 않다. 수비수 단 한 명이라도 자기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팀 전체 경기 운영이 완전히 달라진다.     


배구만 해도 한 선수가 수비를 잘 못하면 상대팀은 전부 그 선수를 향해 서브한다. 잔인할 지경이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가 그렇다. 경기에 이기려면 별 수 없다. 그 선수를 빼거나 수비를 기본 이상 하는 다른 선수로 교체해야 한다. 나머지 팀원이 제아무리 세계적인 선수라도 상관없다. 그 구멍을 그대로 두고는 절대 승리할 수 없다.     


3.

구멍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다. 그 선수의 실수로 직접 점수를 빼앗기는 그 이상의 피해를 준다. 경기 중 그 구멍을 보완하기 위해 나머지 선수들이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자연스럽게 다른 선수들 체력이 더 빨리 떨어진다. 자신의 원래 역할에도 조금씩 빈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런 식으로 점점 구멍이 많아진다. 처음에는 물새는 구멍이 하나뿐이었는데 어느새 여기저기 물줄기가 계속 새어 나온다. 결국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팀은 엉망진창이 된다. 강팀일수록 이런 원리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어느 한자리라도 구멍이 생기면 절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고 반드시 해결하려고 덤비는 이유다.     


4.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김대리 한 명이 일을 게을리하기 시작하면 결국 그 팀 전체의 성과를 무너뜨린다. 일단 옆자리 이대리 박대리가 그 일을 보완하느라 힘들어하며 점점 지친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불만이 늘어간다. 김대리 본인은 룰루랄라 편하게 지내는데 왜 자신들이 그 짐을 나누어야 하느냐며 커버를 거부한다.

      

이제 김대리 부실을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 모든 화살은 당사자에게 집중된다. 몇 번 싫은 소리 듣다가 기분 나쁘면 김대리는 사표를 던지고 나가 버린다. 조직의 원흉인 김대리가 사라졌지만 이전같은 활기찬 분위기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이제 남은 사람들도 생각이 바뀌었다. 무슨 일을 맡겨도 ‘제가요? 왜요?’ 하며 몸을 사리며 한발 물러선다. 썩은 사과 하나를 빨리 없애지 않으면 남은 사과들도 멍이 들어 버린다.     


5.

게으름과 불성실 같은 악의적인 구멍 외에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결함도 생긴다. 누군가 건강이 안 좋아 지거나 심리적으로 큰일을 당할 수 있다. 어쨌든 구멍은 구멍이므로 팀플레이에 영향은 준다. 그 사람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올 때까지 모두 힘을 합쳐 도우며 이겨내야 한다. 가정이나 회사에서 주위 사람들이 서로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방식이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당사자가 남의 도움에 달콤하게 젖어든채 그 안락함에 길들여지면 안 된다.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처음에는 남들도 당신에 대한 연민으로 기꺼이 추가 근무를 감수했지만 당신 태도가 나태하면 점점 눈빛이 변한다. 잠시 스스로를 돌아보자. 가정이나 회사에서 나는 뻔뻔한 구멍인가 아니면 다른 구멍을 메우는 천사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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