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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Feb 28. 2024

@1043 <인간관계 손절을 제대로 하려면>

@1043

<인간관계 손절을 제대로 하려면>     


1.

“김대리 말이야, 왜 회의 때마다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지? 이제 그만 손절해야겠어.”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보통 사람도 매일매일 누군가를 손절한다. 고민 끝에 너를 손절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알고 보니 네가 이미 나를 손절한 경우도 있다. 손절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2.

어느 순간 ‘손절’이 일상적인 단어가 되어 버렸지만 실은 매우 전문적인 용어다. 주식투자에서 쓰이는 말로서 풀네임은 ‘손절매’다. 주가가 내려갔지만 이 정도로 그치지 않고 더 많이 하락할 수 있다고 판단할 때 지금 팔아버리는 행위다.      


지금 팔면 손해지만 그 정도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고 더 큰 손해를 막겠다는 뜻이다. 물론 그 주식을 살려고 처음 마음먹었을 때 얼마나 확신에 차고 희망에 부풀었겠는가. 그 기대로 쏟아부은 매몰비용이 손해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손절할 수 있다.     


3.

손절에는 2가지 능력이 중요하다. 첫 번째, 앞으로 더 많이 내려간다는 사실에 대해 정확한 판단이 서야 한다. 일반인들은 그 능력이 부족하므로 마음이 불안해지면 그냥 판다. 확실히 더 내려간다는 근거도 없지만 그냥 내 마음 편하려고 팔아치운다. 내가 팔면 어김없이 그 다음날부터 불꽃 상승이다.     


두 번째, 지금까지 손해 본 부분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정확한 정보와 판단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지금 팔면 손해 확정이다. 나중에 오를 기대를 할 수도 없다. 차마 그 부담을 감수하지 못한다. 주저주저하며 하루만 하루만 더 기다리다 결국 파란색 쓰나미를 맞고야 만다.     


4.

인간관계로 돌아와 보자. 김대리가 지금까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는 사실은 잘 알겠다. 과연 이대로 두면 나를 더 많이 괴롭히고 더더 힘들게 만들까 봐 이쯤에서 정리할 마음을 먹었는가. 그동안 김대리에게 쏟아부은 노력을 기꺼이 날릴 각오를 하고 관계를 정리할 생각을 했는가.     


실은 김대리 머릿속에는 나라는 존재 자체가 들어있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저 김대리라는 사람자체가 원래 말을 좀 험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남들은 김대리 성격이 원래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거나 나름의 방식으로 공존하고 있지만 유독 나만 불편해하고 얄밉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5. 

게다가 그 불편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김대리에게 어떤 공을 들인 적도 없다. 내 불편한 마음을 전달해 보려는 그 어떤 대화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매몰비용이 0이다. 기꺼이 감수할 나의 손해도 거의 없다. 그저 나 혼자 괴로워했다가 나 혼자 벗어나기로 결심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을 합리적인 손절이라고 애써 포장하면 곤란하다.     


이제 당당하게 손절처리를 해보자. 김대리 어떤 행동이 마음에 안 들면 뚜벅뚜벅 걸어가 당당히 말하자. “내가 실수한 내용은 잘 알겠지만, 그런 말은 인격모독이니 듣기 불편해요. 자제해 주면 좋겠어요.” 당당히 요구하자. 그런 노력을 반복하고도 개선되지 않을 때 과감히 손절을 선언할 수 있다. 합법적인 손절을 하지 못하고 매번 손절이라는 변명 뒤에 숨어 도망만 다니면 계속 남 눈치만 보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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