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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Feb 29. 2024

@1044 <알맞은 타이밍의 순간은 결코 오지 않는다>

@1044

<알맞은 타이밍의 순간은 결코 오지 않는다>     


1.

“아직 준비가 안됐어요. 다음에 또 좋은 기회가 오겠죠.”

다음은 없다. 지금껏 그렇게 경험하고도 아직 모르는가. 괜찮다 싶으면 일단 도전하고 봐야 한다. 도대체 얼마나 더 준비하려고 그러는가. 평생 준비만 하다 끝낼 텐가. 알맞은 타이밍의 순간은 결코 오지 않는다.  

   

2.

“그 사람 참 좋은 분이었는데, 그때는 결혼할 타이밍이 아니었나 봐요.”

사람 사이의 인연이 어긋날 때 흔히 타이밍을 거론한다. 지금은 일에 더 집중해야 할 때이니 결혼은 생각할 엄두도 못 낸다고 말한다. 상황이 안정되었을 때 그 사람을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며 나중에 후회한다.     


과연 상대방은 타이밍이 좋았을까. 일도 공부도 다 중요하지 않은 시기라서 당신과 결혼하자고 말했을까. 그 사람은 다른 기회비용을 고려하더라도 당신만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큰 용기를 내어 프로포즈 했건만 당신은 그 사람만큼 확신을 갖지 못했다. 놓아야 할 것들에 대한 집착이 더 컸다.      


3.

“그가 저를 함부로 대하니 늘 헤어질 생각은 하고 있어요. 다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일방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면서 무슨 타이밍을 기다리는가. 그 사람이 지금 중요한 승진 시험을 앞두고 있으니 지금 헤어지자고 말하면 방해가 될까 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러는가.      


이런 사람은 절대로 헤어지자는 말을 먼저 꺼내지 못한다. 타이밍을 잰다는 핑계로 시간만 흘려보내며 끝까지 버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적반하장으로 상대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야 만다. 숨이 막힌다는 둥 답답하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묵묵히 듣는다. 이 사람에게 필요했던 건 알맞은 타이밍이 아니라 자신을 아끼며 보호하려는 용기였다.     


4.

“아직 환자를 볼 준비가 안 됐어요. 더 열심히 공부하고 진료는 나중에 시작하려구요.”

후배 중에 끝없이 공부만 하는 친구가 있다. 이런저런 학회만 계속 쫓아다니며 세상의 모든 책을 달달 외울 기세로 집중한다. 벌써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계속 그러고 있다.     


어떤 일을 하기에 충분히 준비된 때는 결코 오지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어떤 제안을 한다면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해서가 아니라 지금 보이는 내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는 당신이 일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도 충분하다 싶어서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누군가 당신에게 어떤 기회를 준다면 준비부족같은 소리는 그만하고 냉큼 달려가 움켜쥐어야 한다.     


5. 

타이밍은 결국 핑계다. 친구가 술 마시자고 하면 밤 12시에도 온갖 이유를 대며 나가고, 아는 언니가 쇼핑 가자고 하면 부리나케 준비하고 5분만에 나간다. 내가 진정 좋아하고 원하면 타이밍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냥 저지르고 본다.     


감독이 후반 27분 누군가를 투입하자마자 그가 골을 넣었다면 좋은 타이밍에 기가 막힌 교체를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나고 보니 우연히 좋은 결과가 나왔을 뿐이다. 모든 선택은 평가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 시선이 두려워 아무 결정도 못하면 오히려 더 큰 비난을 듣는다. 타이밍 핑계는 그만대고 과감히 행동하자. 파우스트 대사처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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