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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pr 17. 2024

@1078 <실력이 없을수록 권위적인 행동을 한다>

@1078

<실력이 없을수록 권위적인 행동을 한다>     


1.

“지금 이 보고서를 나한테 읽으라고 가져온 거예요? 싹 다시 해 오세요.”

김대리는 이 프로젝트 보고서를 위해 5주 동안이나 자발적 야근을 해가며 엄청 노력했다.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말도 안 하겠다. 제목에 띄어쓰기 하나 틀렸다고 본문은 들여다 보지도 않은 채 보고서를 허공으로 집어던지면 말이 되는가.     


2.

가만 생각해 보면 늘 같은 패턴의 연속이었다. 팀장이 누군가에게 큰소리로 호통을 치는 아이템은 대체로 띄어쓰기, 맞춤법, 여백 크기였다. 제목을 굵게 표시하지 않았다고 업무의 기본이 안 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그저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 밖에 안 들린다.     


그러고 보니 한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보고서 핵심 방향을 어떻게 잡으면 좋을지 조금 심도 있는 내용에 대해 질문할 때 유독 화를 낸다. 회식자리에서 최상무가 어느 팀원 칭찬이라도 하면 그 직원은 팀장에게 3일 연속 괜히 불려가 이유 없는 우다다를 당하기도 한다. 아랫사람이 본인보다 더 잘나가는 꼴은 두 눈 뜨고 절대 못 본다.     


3.

반면 최상무는 진짜 권위가 있다. 그분이 한마디 하면 누구나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듣는다. 어느 책에도 안 나오는 귀중한 가르침이니 다들 받아쓰기에 여념이 없다. 처음에는 그분이 어느 학교 출신인지 다들 스펙도 잘 몰랐다. 그저 한마디 한마디 말씀 그 자체 만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비도 오는데 점심때 짜장면 먹고 싶은 사람 여기 붙으세요.” 

최상무는 함부로 반말하거나 큰소리를 내는 적도 없다. 무슨 질문을 해도 항상 친절하게 대답하고 늘 은은한 미소를 짓는다. 질책할 때도 목소리를 높이거나 험악한 표정을 짓지 않는다. 핵심을 찌르는 짧은 몇 마디 촌철살인에 감히 반박할 엄두를 못 내고 자리에 돌아와 깊이 반성하게 된다.     


4.

팀장은 입만 벌리면 위계질서를 거론한다. 윗사람 아랫사람 레퍼토리는 기본이고, 동방예의지국 예의범절에 대한 일장연설도 정기적이다. 누가 팀장 의견에 단순 질문이라도 했다가는 어디 감히 본인 의견에 토를 다느냐며 불호령이 떨어진다. 이미 다들 포기하는 분위기다.     


권위가 없는 사람은 눈치도 빠르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남들이 존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아차린다. 또 그런 무시는 절대 못 참는다. 본인 손에 주어진 지위와 권력을 십분 활용하여 어떻게든 짓누르고 윽박지른다. 권위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순서다.     


5. 

권위적인 행동을 백날 해봐야 절대 권위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남들이 그의 실력에 상관없이 인간적으로 존중하고 대접하려고 드는 따뜻한 배려의 마음까지 산산이 부숴 버린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더라도 나머지 사람들이 슬슬 태만해지기 마련인데, 팀장이라는 사람이 여기저기 멀쩡한 유리창까지 깨뜨리고 다닌다.

     

권위를 가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실력이 부족하여 권위적인 언행만 반복하면 그 피해가 엄청나다. 이런 상황은 HRD 부서 교육의 힘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결정권을 가진 최상위층의 결단이 필요하다. CEO가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개입하며 HRD 부서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이상 세미나 백날 해봐야 팀장의 횡포는 절대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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