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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pr 18. 2024

@1079 <부탁을 잘 못하는 사람의 심리>

@1079

<부탁을 잘 못하는 사람의 심리>     


1.

“김대리, 맡은 일이 좀 많아 보이는데 내가 좀 도와줄까?”

“괜찮아, 나 혼자 충분히 해낼 수 있어. 당신은 자기 일이나 신경 쓰라구.”

상처 받는다. 연일 야근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한마디 건넸다가 마음만 상했다. 김대리 평소 성격에 이런 대답 듣겠거니 뻔히 예상했으면서 괜한 말 꺼내고 후회만 한다.     


2. 

생전 남에게 부탁 한마디 못하는 사람이 있다. 처리할 일이 아무리 많아도 갑자기 엄청 큰일이 생겨도 언제나 혼자 감당한다. 손만 내밀면 닿을 거리에 도움을 줄만한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지만 절대 도와 달라는 그 한마디를 안 한다. 아니, 못한다.     


“내가 도와달라고 하면 뒤돌아서서 나 무능하다고 얼마나 비웃으려고. 안 봐도 뻔하지.”

꼬여도 제대로 꼬였다. 자존감이 바닥을 친 사람은 오래된 환각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사람들 깔깔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누구 한사람 나와 눈이 슬쩍 마주치면 영락없이 나를 비웃는 상황으로 생각한다. 자존감 문제는 남이 돕기 어렵고 본인이 해결해야 할 평생의 숙제다.     


3.

더 심각한 이유는 따로 있다. 도움을 한 번 청해볼까 마음을 먹어도 이대리가 거절하면 어떡하나 너무 걱정된다. 혼자 밤새워 일하는 수고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지만 싸늘하게 거절당하는 순간만큼은 무조건 피하고 싶다. 거절당하는 그 아픔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 김대리는 다른 사람 도울 일이 있을 때 자기 일처럼 몸을 불사르며 최선을 다한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과거 상처의 결과일 때가 많다. 어린 시절 가까운 사람에게 충분히 지지 받지 못했다면 두고두고 상처로 남는다. 또 거절당하면 잊고 지냈던 과거의 그 순간이 다시 떠오를까 두렵다. “엄마, 나 백점 맞았어.” “자만하지 마,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야. 앞으로 공부는 점점 더 어려워 진다. 오늘부터 바로 다음 시험 준비 시작해.”     


4.

간혹 남에 대한 불신이 원인일 때도 있다. 남들 일하는 모습은 영 미덥지가 못하다. 본인만큼 꼼꼼하고 철저하게 하지 않고 대충대충 하는 듯이 보인다. 부탁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고스란히 내가 책임져야 하니 힘들어도 혼자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김대리 뛰어난 능력이야 팀원들 모두 잘 안다. 김대리 보기에 부족해 보일지 몰라도 다들 학교때 공부도 열심히 했고 자신의 직무에 책임감도 뛰어나다. 적당한 선에서 협업을 하고 남에게 위임할 줄도 알아야 팀웍이 살아난다. 김대리가 그토록 남을 못 믿는데 남들은 김대리에게 마음을 열겠는가.     


5.

거절에 대한 유명한 연습 방법이 있다. “지금 당장 거리로 나가서 아무나 붙잡고 10만원 만 빌려달라고 해보세요.” 딱 100명한테만 시도해 보면 이 훈련의 효과를 금방 깨닫는다. “아, 싫다는 거절의 말도 계속 들으니 별 볼 일 없네. 내가 지금까지 그 말을 왜 그렇게 두려워했지?”     


자수성가한 사람들 중에 유독 부탁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이겨낸 대단한 분들이지만 협업에는 너무도 약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있다. 회사에서나 가정에서나 더불어 함께 한다는 마인드를 가지면 좋겠다. 그 동안 혼자 짊어진 어깨 위의 그 짐을 조금은 내려놓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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