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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pr 19. 2024

@1080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당신을 상대방은~

@1080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당신을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할까>     


1.

“엄마, 나 영식이. 요즘 건강은 좀 어떠세요?”

“돈 필요해?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독립해서 따로 살고 있는 자녀가 안부전화를 했으면 십중팔구 돈 문제다. 생전에 본인 아쉬울 때 아니면 먼저 연락하는 일이 없는 녀석이다.     


2.

영식이는 서운하다. 이번에는 진짜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는데 그런 진심도 몰라주고. 물론… 돈이 좀… 필요하기는 하다. 그래도 그렇지 전화받자마자 내 인사말을 돈으로 받다니 엄마가 너무했다. 엄마 안부도 물을 겸 돈 문제도 살짝 곁들여서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영식이처럼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치고 미안한 감정 갖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철저하게 자기 합리화를 거치며 자신조차 완벽하게 속인다. ‘나는 기회주의자가 아니야, 분명 안부가 궁금해서 연락한 거야.’ 왜 아쉬울 때만 연락하느냐고 상대가 면박을 주면 길길이 날뛰며 더 화를 낸다. 도둑이 제발 저린 현상은 과학이다.     


3.

“선생님은 엄청 바쁘신 분이잖아요. 잠시 시간 뺏기도 너무 죄송한데 용건만 간단히 여쭤보고 빨리 끝내야 예의 아닌가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한 진심어린 행동일 수도 있다. 잠시만 입장을 바꾸면 금방 납득이 된다. 학교 후배가 밥값 없을 때만 연락해서 번번이 저녁만 얻어먹고 쌩 가버린다면? 과연 기특하고 반갑게 느껴지는가.    

 

내가 도움을 청하는 상대방도 엄연한 사람이다. 묻는 말에 최적의 대답만 바로바로 쏟아내는 인공지능 AI가 아니다. 나에 대해 도움을 줄만큼 가까운 관계라는 생각이 들어야, 내가 위급할 때 SOS를 쳐도 선뜻 손을 내밀게 된다. 안 필요할 때 안 중요한 말도 툭툭 던지며 최소한의 B급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4.

김대리는 팀장님에게 보고서 피드백을 받고 싶지만 선뜻 말 꺼내기가 부담스럽다. 팀장님이 나이도 많으신 데다가 따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다. 에잇, 그냥 대충 하고 치우기로 한다. 대뜸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말하려니 너무 오글거린다. 아마 팀장님도 자기 이익이 걸렸을 때만 말을 붙인다고 안 좋게 생각하실 듯하다.     


개인적인 피드백 질문 한 번이 어색할 정도의 관계라면 평소 사회생활을 잘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조직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언제 어느 시점에 서로 협업을 하게 될지 모른다. 안 친하고 불편해도 최소한의 소통은 하고 살아야 한다. 이를 ‘라포를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부른다.     


5.

손흥민 선수는 경기가 끝나면 승패에 상관없이 상대편 선수까지 일일이 포옹하고 악수한다. 월드클래스 다운 멋진 모습이다. 다른 선수가 인터뷰에서 그런 세리모니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지금 경기는 끝났지만 다음에 저 선수를 또 만날 수 있어요. 서로 얼굴 보고 인사라도 해두면 절대 살인적인 태클은 못하거든요.”     


잔머리 굴리며 아쉬울 때만 도움을 받고 그 외 불필요한 관심은 끊겠다는 이기적인 사람도 많다. 상대가 한두 번은 애교로 봐줄지 모르지만 반복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손절처리된다. 쌓아놓은 인간관계 잔고가 없는 사람에게 급히 도움을 받았다면 사후에라도 감사 인사를 제대로 하자. 정보이용료 개념으로 커피 쿠폰 한 장 쏘고 끝내는 대신 마음과 시간과 돈을 조금만 더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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