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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pr 22. 2024

@1081 <애매하게 말하는 대신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1081

<애매하게 말하는 대신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소통하기>     


1.

“어제 왜 연락도 없이 우리 집에 안 온 거야. 미리 약속까지 해놓고는.”

“무슨 소리야, 우리 약속은 다음 주 화요일로 정했잖아.”

어떻게 된 일인가. 두 사람 다 약속한 사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만 내용은 전혀 엉뚱하게 알고 있다.  

    

2.

내막은 이렇다. 두 사람은 3일 전 일요일에 전화 통화로 약속을 정했다. 날짜는 ‘다음 주 화요일’로 합의를 보았다. ‘다음 주’가 화근의 시작이었다. A에게 일주일은 ‘월화수목금토일’이니 2일 뒤가 다음 주 화요일이다. B는 ‘일월화수목금토’가 일주일이니 2일 뒤는 이번주 화요일이고 9일뒤 화요일이 다음주 화요일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누구 잘못인가. A는 A대로 B는 B대로 각각 억울하다. 본인이 상식적이고 상대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몰아붙인다. 여기저기 길 막고 물어보지만 사람들마다 의견이 제각각이다. 처음부터 애매한 표현은 안 쓰는 편이 제일 좋았다고 생각한다.     


3.

원장실에서 진료를 마친 환자분이 데스크로 걸어간다. 실장님이 수납처리를 하고 약을 배송할 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혹시나 하여 나중에 주소 내용을 여쭤보면 “지난번 하고 똑같다고 하시던데요?” 얼른 전화를 걸어보시라고 하면 어김없이 주소가 달라져 있다.     


이 환자는 2년 만에 오신 환자분이었다. 그 사이에 전세 만기가 되어 이사를 하셨지만, 새집에 들어간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최근에 주소 바뀐 적이 없어요. 그대로예요.” 말씀하실 수밖에 없다. ‘지난번’이라는 말도 부정확하기는 마찬가지다.     


4.

업무를 처리할 때는 무조건 구체적인 단어나 숫자로 표현해야 한다. 감으로 대충 표현해도 다 알아듣겠지 했다가는 낭패를 본다. 나와 다른 사람의 기준이 똑같다고 보장할 수 없다. 국이 싱겁다고 옆에 있던 남편에게 소금 한스푼 넣으라고 하고는 밥숟가락으로 듬뿍 넣었다고 몰상식 운운하면 곤란하다.     


PPT 제목 타이틀 크기가 너무 작다 싶으면 정확히 짚어주어야 한다. “조금만 더 키워 보세요.” 하면 아직 경험이 부족한 김대리는 어쩔 줄 모른다. 나중에 두 배 크기로 이따만큼 키워왔다고 나무라는 대신, 지금 포인트가 얼마인지 물은 뒤 5포인트만 더 크게 하라고 정확히 말해야 착오가 없다.     


5.

“오늘 제 생일이니 점심은 제가 쏠게요,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시키세요.”

아는 후배 원장이 뒤늦게 투덜거린다. 알아서 시키라고 하면 간짜장이나 볶음밥 정도 시키고 탕수육 하나 추가할 줄 알았다고 한다. 알고 보니 난자완스 라조기 깐풍기에 유린기까지 시켰다며 울분을 토로한다.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되나요?”

그럼 말이 안되는 부분은 또 무엇인가. ‘먹고 싶은 대로’라고 말했으면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하고, 마음속에 정해놓은 기준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상한선을 그었어야 한다. 잔뜩 기대했던 직원들도 마음 상하기는 마찬가지다. 만일 김대리가 기획안이 다음 주나 다다음 주 정도 된다고 말하면 오늘 퇴근시간도 대여서일고여덟시 언저리라고 말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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