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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pr 23. 2024

@1082 <상대가 편하게 느끼는 포인트를 잘 찾아~

@1082

<상대가 편하게 느끼는 포인트를 잘 찾아내야 소통이 잘 된다>     


1.

“자, 이제 슛 들어갑니다. 강사님은 바닥에 붙어있는 T표시 꼭 지켜주시고요.”

TV 방송이든 강연이든 무대를 지휘하는 담당자의 관심사는 오로지 하나다. 오늘 일정이 잘 끝나야 할 텐데 하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다. “연자가 저 T존을 잘 지켜야 되는데...”     


2.

각종 공연장을 많이 다닌 분이라면 이미 눈치채셨을 수도 있다. 잘 모르는 분은 무대 바닥에 뜬금없이 청테이프를 왜 붙여놓았나 이상하게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다. 무대 세팅에 필요해서 붙여 놓았다가 깜박하고 떼어내지 못한 흔적으로 오해하시는 분도 많다.      


그 테이프가 바로 T존 표식이다. 넓은 무대 전체에 대낮처럼 환하게 조명을 밝힐 수는 없다. 관객이 주목해야 하는 그 사람에게만 조명이 집중되어야 몰입이 잘 된다. 그렇게 맞춰놓은 자리가 바로 T표시 그 자리다. 발표자가 그 위치에 서면 몸 전체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관객의 눈에 아주 잘 보인다.     


3.

대신 그 자리에 서야 하는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고역이다. 거의 직사광선이 때리는 수준으로 온몸에 조명이 쏟아지니 너무 힘들다. 눈이 많이 부시고 관객 모습도 잘 보이지 않는다. 날씨가 그리 덥지 않지만 조명 열기로 온몸이 금방 달아오른다. 평소 땀이 많은 사람은 몸 전체가 금방 흥건하게 젖는다.     


만약 그 자리를 벗어나면 어떻게 될까. 본인은 조금 편해질지 몰라도 시청자나 관객은 너무 불편하다. 얼굴에 그늘이 지면서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 공연을 하거나 강연을 하는 사람은 그 T존이 불편하므로 자기도 모르게 자꾸 벗어나게 된다. 옆에 서 있는 무대감독이 계속 위치를 바로잡는 손짓을 한다.     


4.

남과 소통하는 상황을 이 T존 법칙으로 해석해 보자.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중에 상대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모습이 있다. 내게는 좀 불편하더라도 상대방이 편하게 느끼는 포인트를 찾아 그 모습을 기꺼이 장착하면 좋다. 상대가 나를 불편하게 여기는 상황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상대방에게는 그늘진 내 얼굴만 보이는 꼴이다.     


환자분 중에 찐한 사투리를 쓰는 분이 많다.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에 이북지역까지 아주 다양하다. 나는 환자분을 진료하고 나면 건강 상태에 대한 기록 외에 그런 말투까지 따로 적어놓는다. 3달 만에 오신 경상도 할머니에게 대뜸 “오랜만이시네예, 잘 지내셨습니꺼?”하면 금방 환하게 웃으신다. 유튜브 보면서 어설픈 사투리 연습까지 한다.     


5.

사람마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말투가 있다. 이왕 소통하기로 한 마당에 구태여 상대를 불편하게 할 필요는 없다. 좋게 좋게 말해도 서로 소통이 잘 안되어 불통 사태가 벌어지는 판이다. 소통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스타일만 고수하기 보다 매 순간 상대방을 관찰하며 미러링을 한다.     


“담 결린다는 말은 의학용어가 아니에요, 자꾸 그런 말 쓰지 마시고요.” 

의료진이 구태여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나는 진료중에 환자분이 어떤 용어를 쓰기 시작하시면 대세에 큰 지장이 없는 한 그 용어로 바꿔서 말하기 시작한다. ‘담’으로 말한다고 해서 내 학력이나 인격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지는 않으니 말이다. 좋은 소통에는 디테일한 배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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