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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pr 16. 2024

@1077 <하급자는 배울 권리가 있지만 상급자에게~

@1077

<하급자는 배울 권리가 있지만 상급자에게 가르칠 의무는 없다>     


1.

“팀장님, 김대리 기획안 들고 계속 머리 쥐어뜯고 있던데 좀 도와주시죠.”

“도움이 필요하면 진작 들고 왔겠죠. 지난번에 도와주려고 한마디 건넸다가 본전도 못 찾았어요. 그냥 가만히 있으려구요.”

소통은 원래 어렵다. 수학 문제는 계산결과 3을 작게 쓰든 크게 쓰든 모두 정답이지만 사람끼리 주고받는 말은 내용 외에도 따질 부분이 너무도 많다.     


2.

김대리 보기에 팀장님은 옛날 사람이다. 까라면 까면서 사회생활 해오신 분이다. 본인 편한 방식으로만 팀원들을 대하시니 다들 당황스럽다. 남을 괴롭히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없다는 줄은 잘 안다. 다만 그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다른 연령대 팀원들은 어떻게 처신하면 좋을지 늘 난감해 한다.     


팀장님도 마냥 꼰대는 아니다. 함께 어울리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그 좋다고 생각한 솔루션이 겨우 아재개그 아니면 부어라 마셔라 회식자리라서 아쉬울 뿐. 어느 순간 다들 웃어주지도 않고 술잔조차 받아주지 않는다. 민망하여 썰렁한 농담은 그만하기로 했고 회식날에는 팀원들 원하는 일정에 따르며 법카만 넘겨준 뒤 조용히 빠져나온다. 친해지기 어려우니 조언은 언감생심이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들이다.     


3.

“김대리, 입사한 지 얼마나 되었는데 아직 이런 기본도 모르면 어떡해요!”

김대리가 부장님 시키신 일을 처리하다 된통 깨지고 있다. 지금까지 팀장에게 무엇을 배웠느냐며 호통까지 치신다. 김대리는 억울하다. 팀장님이 제대로 가르쳐 주신 적도 없는데 나더러 어쩌라는 말인가.     


“팀장님, 이런 업무는 왜 안 가르쳐 주시나요?”

팀장은 팀장대로 황당하다. 지금까지 무슨 말만 꺼내면 외계인 취급했으면서 이제 와서 교육을 논하면 어떡하는가. 그동안 어떻게든 가르쳐 주려고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김대리가 배울 마음이 없다고 느꼈다. 한발만 다가가면 욱하고 나오니 침묵하며 본인 자리만 지켰다.     


4.

김대리는 하급자로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배우고 성장하며 더 유능한 직원이 되기 위해 이 회사에 들어왔다. 무슨 가르침이든 다 흡수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기다리지만 배움의 기회가 너무 없다. 괜히 남의 사생활에 관심 갖는 대신 필요한 내용만 짧고 굵게 일타강사처럼 가르쳐 줄 사람 어디 없나.     


실력좋은 팀장이 시대변화에 발맞추어 세련된 방식으로 멋지게 교육 해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다만 팀장님 역시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졸졸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일 배우는 그런 김대리 모습을 기대한다. 한 가지 꼭 기억할 내용이 있다. 김대리에게는 업무를 배울 권리가 있지만 팀장에게는 업무를 가르쳐 줄 의무가 없다는 사실이다. 교육 제대로 안 한다고 징계받는 일은 없다.     


5.

사람 사이 소통은 늘 상대적이다. 우리 회사 신입부터 회장님까지 전부 한 줄로 세운 뒤 아무나 끌어내어 직장 내 소통에 대해 물으면 언제나 대답은 한결같다. “내 위의 상사는 정말 꼰대스러워서 내가 이렇게 고생고생하고 있지만, 내 아래 사람들은 나같은 선배 만났으니 정말 복받은 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간다. 내가 윗사람에게 느끼는 격차보다 내 아랫사람이 나에게 느끼는 차이가 훨씬 클 수 밖에 없다. 윗사람을 답답하다고 느끼는 그 이상으로 나 역시 아랫사람에게 고구마 100개씩 매일 선사하는 중이다. 윗사람은 그렇게 살다 은퇴하면 끝이지만 그 농축된 지식과 경험을 흡수하지 못하면 나만 손해다. 누구라도 소통을 잘하도록 고민해야 위로나 아래로나 사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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