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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pr 15. 2024

@1076 <모든 질문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

@1076

<모든 질문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     


1.

“김대리, 기획안 잘 되어가고 있어요?”

“네, 당연히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왜 그러시죠?”

과연 팀장님은 지시한 일이 잘 안되어가고 있다는 대답을 기대하며 그런 질문을 하셨을까. 아마 김대리는 팀장님 질문을 들으며 어이없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이런 무의미한 질문은 대체 왜 하시는 걸까.’     


2.

팀장의 질문에는 숨은 속내가 있었다. ‘김대리, 지난주 보고서 작성할 때 애매한 부분을 묻지도 않고 혼자 자신 있게 마무리했었죠. 전체 회의 30분 전에야 완성본을 보여주는 바람에 부리나케 수정하느라 난리 난리 쳤잖아요. 또 사고 치기 전에 궁금한 부분은 빨리 질문하세요. 질문거리 정말 없어요?’     


팀장은 이렇게 길게 말할 수 없으니 간단히 ‘잘 되어가고 있는지’ 한마디만 던졌다. 이 정도 멘트로 관심을 보이면 지금 본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뉘앙스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믿었다. 설마 팀장이 한 말의 문장구조를 분석하여 수능 국어 정답 체크하듯 문법적인 답변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3.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정확히 말씀하시면 되지 않나요? 왜 애매한 말로 저를 괴롭히시는 거죠? 저는 질문하신 문장에 충실하게 답했을 뿐이라구요.”

팀장의 말을 같이 들었던 다른 팀원들 중에 누군가는 김대리처럼 생각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팀장 의도를 금방 알아차렸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생각은 제각각이다.     


지금 팀장이 소통한 사람은 김대리이니 일단 김대리에게 소통의 공이 넘어왔다. 김대리는 본인 손에 들어온 그 메시지가 무슨 색깔의 어떤 공인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던진 사람이 잘 던졌던 못 던졌든 받은 사람이 잘 챙겨야 한다. 메시지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겠다면 다시 물어도 좋다.     


4.

모든 질문에는 의도가 있다. 대놓고 의도를 드러낼 때도 있지만 은근히 숨기기도 한다. 그 생각을 잘 캐치하여 답변을 해야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 어떤 질문을 듣고 너무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대부분 그 속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경우다. 말하는 사람이 미주알고주알 전부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궁금해하는 포인트가 따로 있다.     


“오랜만에 동창들 얼굴 다 보겠구나, 저 혹시... 민철이한테도 연락했어?”

만나기로 한 동창생이 17명인데 진수가 유독 민철이에 대해서만 묻는다. 천진난만하게 “아직 연락 안 했어. 오늘 오후에 전화하려고 해.” 하면 곤란하다. “민철이는 왜? 무슨 일 있어?” “아, 그, 저... 민철이가 요즘 동창들한테 돈을 빌리고 안 갚아서 여기저기 싸우고 다니나 봐. 웬만하면 연락하지 말라고.”     


5. 

“팀장님, 기획안 작업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지난주에 사고 친 일도 있으니 더 조심해서 처리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혹시 몰라서 말씀하신 만기일 3일 전까지 1차 안을 보여드리고 피드백 받을 계획입니다. 걱정하시게 해서 죄송하구요,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잘 하겠습니다.”     


팀장님도 아직 김대리를 굳게 믿고 있다. 비록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어떻게든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가만있자니 불안하고 대놓고 묻자니 상처받을까 걱정되어 그런 애매한 문장을 쓰게 되었다. 당신도 주위 누군가에게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으면 그 의도가 무엇일까 한 번쯤 꼭 생각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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