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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pr 12. 2024

@1075 <멘붕에 빠질 때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하는~

@1075

<멘붕에 빠질 때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하는 요령>    

 

1.

“정말 자동차가 혼자 알아서 운전을 할 수 있나요?”

오래전 자율주행 차가 나왔다는 뉴스를 해외토픽에서나 보았는데 어느새 현실이 되었다. 드라마 전격 Z작전의 ‘키트’도 이제 그리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다.     


2.

자율주행의 원리는 사실 아주 간단하다. 사람이 운전하는 패턴을 분석하여 그대로 알고리즘을 만들고 재현하는 과정이 전부다. 누군가 당신에게 “운전할 때 어떤 순서로 하세요?”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겠는가. 인간이라면 누구든 자연스럽게 시동 켜고 악셀 브레이크 조작하지만 실은 엄청난 고난도의 복합 작업이다.     


운전의 1단계는 인식이다. 보고 듣고 느끼며 주위 모든 상황을 판단하는 과정이다. 해가 저물어 도로가 어두운지 비가 오거나 길이 얼지는 않았는지 최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어느 감각 채널 하나도 무시할 수 없다. 다양한 정보를 순식간에 종합해야 정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운전하면서 통화하거나 음악을 들으면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다.     


3.

2단계는 판단이다. 1단계에서 파악한 정보를 이용하여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해야 한다. 길 위에 빗물이 흐르는 상황을 인식했을 때 그대로 달릴지 다른 길로 돌아갈지 속도를 늦출지 판단한다. 이런 변수가 생길 때마다 차를 세우고 사고 확률을 계산하는 사람은 없다. 그간의 운전 경험과 순간 판단력으로 나름 최적의 선택을 한다.      


3단계는 제어다. 주위 정보를 인식하여 나름의 판단을 내린 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생각한 대로 차가 움직이게 하려면 이제 필요한 조작을 해야 한다. 기어를 변속하든 핸들을 돌리든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판단을 내렸더라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4. 

인공지능과 딥러닝을 활용해 이런 과정을 구현한 장치가 바로 자율주행차다. 별생각 없이 운전하던 우리의 흔한 행동이 이렇게까지 심오한 줄은 몰랐다. 일상 속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순간적으로 멘붕에 빠질 때 이런 프로세스에 따라 하나하나 순서대로 되짚어보면 어떨까. step by step으로 해결책이 금방 보이지 않을까. 

    

아침 출근길에 저 멀리 걸어오시는 팀장님을 만났다. “팀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런, 팀장님은 아무 반응도 없이 그대로 내 옆을 스쳐 지나가신다. 무안하기도 하고 화도 난다. 팀장님이 나한테 무슨 불만이 있으시길래 사람이 인사를 해도 안 받으시나 열받았다.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율주행 모드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5.

일단 인식부터. 주어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파악해 보기로 한다. 팀장님은 상무님 방에서 나오시는 길이었고 손에는 결재서류가 들려 있었다. 표정은 어두웠고 손에 핸드폰을 든채 어디론가 전화를 다급하게 거시는 듯했다. 내가 인사를 드릴 때 고개를 들지도, 발걸음을 멈추지도 않으셨다.    

 

이제 주워모은 정보를 판단할 차례다. 상무님 방에서 깨지셨거나 결재받으러 가신 길에 큰 일을 전해 듣고 연락을 돌리며 수습중이셨을 수도 있다. 내 인사를 알아보고도 무시하신 확률보다 아예 알아차리지 못하셨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마지막 행동이 남았다. “팀장님, 아침에 다급해 보이시던데 급한 일은 잘 해결하셨어요? 인사드려도 모르고 지나치시던데요.” “아, 그랬어요? 그때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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