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3
<감정을 드러내야 할 때와 감추어야 할 때 : 감정전이를 경계하라>
1.
“환자분, 정신 좀 차려 보세요. 어서요, 제발요...”
심전도 모양이 이상하다. 위아래로 엄청나게 큰 파도 모양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심실세동이다. 심장에 전기 충격을 주어야 한다.
이때 의료진이 갑자기 눈물을 펑펑 흘리며 환자를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한다. 과연 환자는 살아날 수 있을까.
2.
“200줄 충전, 다들 물러서요, 쇼크!, 심전도 돌아왔어요?”
주저하거나 슬퍼할 틈이 없다. 눈앞의 상황에 번개처럼 대처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필요한 조치를 시작한다. 1초가 아깝다. 잠시 망설이면 생명이 위태롭다.
의료진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기계적으로 움직여야 할 중요한 순간에 감정이 개입하며 일을 그르칠 위험 때문이다.
이성이 필요한 순간에는 눈물이 방해만 된다. 뜨거운 가슴은 잠시 내려놓고 차가운 머리로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3.
“제가 화병이 안 생길 수가 있겠어요, 남편이 옆집 여자랑 바람이 났다고요.”
나는 진료실에서 환자들의 이야기를 매우 집중해서 듣는 편이다. 어느 순간 환자의 경계가 탁 풀어지면 오만가지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아무리 한발 물러나 있으려 해도 어느새 그 감정에 조금씩 빠져든다.
진료를 시작한 초기에는 몸살을 자주 앓았다. 어둡고 슬픈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으면 감정적으로 혹사하게 된다. 김장 담그면 허리가 아파지듯 하루 종일 무거운 이야기에 마음을 쓰며 들으면 마음이 지친다.
이를 ‘감정전이’라고 한다. 상대의 감정이 내 안으로 스며들어 교감하게 된 결과다. 조심해야 한다.
4.
“공감하는 의료인이시네요, 좋은 모습 아닌가요?”
상대방 고통을 느끼며 내 마음이 영향을 받으면 감정이 서로 교류된다.
어느새 상대와 한마음이 되어 속으로 응원하는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해는 공감과 조금 다르다. 상대방 이야기의 맥락을 따라가며 분석만 한다. 왜 그런 결과가 생겼는지 머리로 과정을 살펴본다. 나의 감정은 개입되지 않으며 상대방 마음이 내게 흘러넘치지도 않는다.
이해와 공감은 별개다. 최대한 합리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필요한 솔루션을 찾아내는 중이다.
5.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전문가다. 때로는 부모로서 때로는 선배로서 상대에게 공감이 아닌 조언을 건네야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반드시 기억하자.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냉철한 판단을 유지해야 진정한 도움의 말을 건넬 수 있다.
*3줄 요약
◯전문가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냉철한 판단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해와 공감은 별개이니 상황에 따라 적절한 태도를 선택하자.
◯진정한 도움을 주려면 감정보다 이성적인 해결책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