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2
<아무리 배가 불러도 케이크는 더 먹는다고? : 안전한 삶을 추구하는 우리의 본능>
1.
“진짜 배불러요. 이제 한 입도 더 못 먹어요. 어, 케이크네? 저도 주세요.”
누군가는 밥배와 디저트배가 따로 있다는 기발한 주장을 펼치지만 진실은 따로 있다. 단순한 논리다. 아직 위장에 여유공간이 있으니 더 먹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럼 조금 전에는 왜 그렇게 배부른 느낌이었을까.
2.
우리 뇌는 철저히 안전위주로 세팅되어 있다. 입으로 음식을 먹은 뒤 위장까지 흘러 들어가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만일 위장이 정말 꽉 찬 뒤에 포만감 신호를 보내면 어떻게 될까.
식도를 통해 내려가던 음식이 위속으로 진입하는 순간 그대로 터져버릴 위험이 있다. 위장이 파열되면 위산이 흘러나오고 배 안은 순식간에 초토화되어 생명이 위험해진다.
이런 사태만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 남은 식사량을 감안하여 70~80%가량 위장이 차면 너무 배가 부르다고 느끼도록 미리 경계경보를 울린다. “목까지 음식이 차서 더는 못 먹어요.”
한마디로 배부르니 이제 그만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이성적인 결정이 아니다. 배부름이라는 감각은 위험을 대비한 뇌의 과잉보호 신호에 지나지 않는다.
3.
어두운 골목길을 걷다 움직이는 그림자를 발견하면 우리 몸은 즉시 움찔한다. 실제 위협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벌써 심장은 빨리 뛰고 근육은 긴장하기 시작한다.
여차하면 바로 맞서 싸우거나 36계 줄행랑을 칠 만반의 준비를 하는 중이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몸이 먼저 그렇게 반응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작은 조짐에서도 위험 가능성을 발견하고 대비하는 쪽으로 작동한다. 당신이 인정하든 안 하든 인간은 모두 극도로 소심하게 안전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당연히 몸과 마음이 보이는 반응은 실제 주변의 데이터와 동떨어져 있다. 추측과 과대평가에 근거하여 매 순간 몸을 사리는 중이다.
4.
“그 새로운 방법은 리스크가 있어요. 무난하게 하던 대로 그냥 하시죠.”
이러한 위험 회피 본능은 우리의 의식적인 판단에도 똑같이 반영된다. 신체적 위험뿐 아니라 사회적 위험에 대해서도 우리 뇌는 변화보다 안정을 선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뇌는 오랜 시간 확실하게 검증된 생존 공식을 따르는 편이 안전하다고 느낀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새로운 시도는 불안하다. 구태여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익숙함에 대한 집착, 변화에 대한 저항, 그리고 불확실성의 회피 성향은 모두 이러한 생존 메커니즘의 산물이다.
5.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르면 우리는 언제나 안전한 선택만 한다. 물 흐르듯 사는 모습은 언뜻 순리에 따르는 듯하지만, 실은 무기력하게 생존에만 목매는 태도일 수 있다.
배부르다며 밥 한 숟가락 남기는 자세는 합리적 결단이 아니라 본능에 휘둘린 모습이다. 깔끔하게 식사를 마쳐야 식사예절에 맞다.
적당한 선에서 본능적 반응을 끊어낼 때 비로소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3줄 요약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는 합리적이지 않으며 대부분 추측과 과대평가를 따른다.
◯자연스러운 흐름대로만 살면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안전지향주의에 갇힌다.
◯리스크도 감당할 수 있다면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도전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