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3
<틀렸다는 말이 상처가 되는 순간 : 교정이 학습보다 어려운 이유>
1.
“오른팔꿈치를 그쪽 말고 이쪽으로 움직이셔야 해요.”
코치의 말을 몇 번 따라 하다 포기하고 원래 자세로 되돌아간다. 훨씬 자연스럽다. 본인이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으면서 공이 제대로 날아가지 않는다며 또 투덜거린다.
웬만큼 동작을 할 줄 아는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란 이렇게도 어렵다.
2.
‘배운다’는 말에는 크게 2가지 종류가 있다. 일단 내가 알지 못했던 내용을 습득하는 ‘학습’이 있다. 무지에서 지식으로 나아가는 여정이다.
빈 공간에 새로운 정보를 채우기만 하면 되니 심리적 저항이 적은 편이다. “내가 잘 모르니 배워봐야겠어.” 가벼운 겸손이면 충분하다.
또 하나의 배움은 ‘교정’이다. 어떤 식으로든 이미 내용을 알고 행동까지 했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과정이다.
새롭게 배우는 학습과 잘못을 바로잡는 교정은 겉보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심리상황은 전혀 다르다. 이미 습관이 되어 버린 행동, 사고방식, 감정패턴을 바꾸려면 지금껏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3.
다들 그 고통스러운 자기부정의 단계를 극복하기 힘들어한다.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 나쁘다. 심지어 나를 도우려는 상대를 향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덤벼들기까지 한다.
초중고 나름 영어공부 꽤나 했다고 자부하는데 발음이나 단어선택 하나까지 교정을 받아야하니 영 듣기가 싫다. ‘그동안 내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말이야?’ 오랜 시간 쏟아부은 모든 노력에 대한 비난으로 들린다.
이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더 내려놓기보다 방어적인 자기 합리화를 선택한다. “강사님 발음도 영국식이라 좀 이상한데?”, “나한테는 이 학원이 잘 안 맞아.”
4.
나는 치아가 안 좋아서 교정을 꽤 오래 했다. 입안에 기찻길을 깔고 있으면 잇몸 안쪽으로 헐고 상처 나는 정도는 일상 다반사다.
빵 한 조각을 먹어도 틈새에 낀 찌꺼기를 빼내려면 한참 동안 실랑이를 해야 한다. 수년만에 교정 틀을 떼어낸 그날을 결코 잊지 못한다.
이미 자라난 치아의 위치를 바로잡기도 이렇게나 힘든데, 사람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의식과 무의식을 교정하기가 과연 쉬울까. 맨 땅에 나무 심기는 간단하지만 잘못 심은 나무를 옮기려면 몇 곱절 더 어렵다.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훨씬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롭다.
학습은 더하기만 하면 되지만 교정은 오류를 먼저 빼내고 그 위에 다시 더해야 한다.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5.
“외국어 배우려면 외국인하고 연애를 해봐, 가장 확실해.”
어림없는 소리다. 외국인 애인에게 말투 틀렸다는 지적 듣기가 싫으면 언어능력은 고사하고 연애 자체가 깨진다.
초중고 졸업하고 웬만큼 머리가 굵은 다음에는 더 성장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과거의 내가 틀렸다며 기꺼이 받아들이는 용기가 진정한 성장의 시작이다.
*3줄 요약
◯학습은 무지에서 지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이고, 교정은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고통스러운 여정이다.
◯교정의 어려움은 자존심, 무의식적 저항, 과거의 부정이라는 심리적 장벽에서 비롯된다.
◯진정한 성장은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용기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