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0 <협상의 승부는 테이블에 앉기 전에 이미~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430

<협상의 승부는 테이블에 앉기 전에 이미 결정된다>


1.

“협상이 참 어렵네요. 만반의 준비를 해도 항상 새로운 상황이 벌어져요.”


당연하다. 당신은 오늘 같은 자리가 처음이지만 마주 앉은 상대는 밥 먹고 협상만 하는 사람이다.


월세계약을 해도 마찬가지다. 주인은 여러 세입자를 거치면서 생긴 나름의 노하우라도 있다. 맨 몸으로 나서면 백전백패다. 그래도 비결은 있다.


2.

“책 보고 협상 기술만 달달 외우면 저절로 해결될 줄 알았어요.”

책에 나온 내용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다만 언제 어떤 기술을 써야 할지 몰라서 무용지물이 되었을 뿐이다.

사실 협상의 승패는 테이블에 앉기 전에 이미 결정된다. 말주변으로 현장에서 순발력 있게 잘 대처하는 능력은 2순위다. 1순위는 사전조사로 알아낸 상대측 여러 가지 조건들의 내용이다.


“이 집은 월세 나온 지 오래됐나요?”

가격에만 관심을 가지면 주변 정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6개월째 비어있는 집? 분명 이유가 있다. 싸다고 덜컥 잡을 일이 아니다.


이전에는 비싸게 거래되던 집이 갑자기 저렴하게 나온 상태라면 그 이유도 알아보자. 주인의 말 못 할 사정으로 급매처리 하는 중일 수도 있다.


3.

“에이, 그런 비밀을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부동산에서 말해줄 리도 없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과연 부동산이 무조건 집주인 편일까. 세상 이치는 지극히 단순하다. 칼자루는 항상 돈 내는 사람이 쥐는 법이다.


나는 이사를 다니거나 점포를 계약할 때 부동산에서 많은 대화를 나눈다. 커피 사드리고 질문하면 웬만한 이야기는 다 들을 수 있다. 한 번은 짜장면 시켜서 같이 먹기도 했다. 내가 관심 있던 점포는 물이 샌다며 다른 물건을 소개해주셨다.


상대의 정보를 최대한 많이 알아내는 동시에 본인에 대해서도 다시 정리해봐야 한다. 무조건 싸고 좋기만 하면 장땡이라는 마인드 말고는 자기 욕망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출퇴근이 중요하니 지하철만 가까우면 됩니다. 단, 잠귀가 밝아서 층간소음은 안 돼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1순위와 무조건 피하고 싶은 조건이라도 확실히 해두자. 돈문제와 뒤섞이기 시작하면 계속 마음이 흔들린다.


4.

조심할 점이 있다. 나의 정보는 최대한 노출시키지 말아야 한다. 부동산에서 대뜸 “조용한 집 없어요?”하면 게임오버다. 지하철옆 시끄러운 집과 초등생 쿵쾅거리는 집을 차례대로 보여준 뒤, 6개월째 거래가 안되고 있는 조용한 집으로 데려간다.


협상의 원칙은 의외로 단순하다. 모든 경제학 원리처럼 철저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따른다. 내가 원하는 바를 상대가 줄 수 있고, 상대가 원하는 조건을 내가 줄 수 있으면 3분 만에 악수할 수도 있다.


상대방의 욕구를 내가 도저히 들어줄 방법이 없으면 해결책은 둘 중 하나다. 깨끗이 포기하거나 그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상대방이 제시한 조건을 놓고 애걸복걸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


거꾸로 상대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줄 사람이 나 밖에 없다면 베팅을 해볼 수도 있다. 아는 선배가 개원할 점포를 알아보던 중 주인에게 장기계약 가능한지 질문을 받았다. 알고 보니 재벌인 건물주가 외국에 살고 있는데 계약 때마다 입국하기가 너무 번거롭다고 했다. 방 빼지 않는 조건으로 월세 50만 원 15년째 진료 중이시다.


5.

협상의 기술은 당연히 중요하다. 다만 초심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듯 밀고 당기고 하다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만한 실력이 없어서 문제다.


괜한 허세로 블러핑을 해보지만 상대는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큰소리쳤다가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 이후의 협상은 무조건 불리해진다.


앵커링 전략도 효과적이고 감정을 흔드는 기술도 좋다. 대신 어설프게 시도하다가 분위기만 망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아무리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해도 상대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힘의 균형을 완전히 뒤바꿀 수는 없다. 협상에서 너무 큰 욕심은 내지 말자.


*3줄 요약

◯협상의 승패는 현장 말솜씨가 아닌 철저한 사전조사로 판가름 난다.

◯상대방의 정보는 최대한 파악하되 나의 약점은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파악해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협상은 의외로 쉽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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