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9
<사람 사이 적정거리는?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1.
“너희 정말 친한 사이 아니었어? 왜 이렇게 갑자기 원수지간이 된 거야.”
친구들 그룹 내에서도 유독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던 A와 B. 10년 지기 절친이 하루아침에 남남이 되어 버렸다.
다투기는 했지만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그동안 서로 쌓인 부분이 많아서 그랬을까?
2.
이런 현상은 연인사이에 훨씬 흔하다. 보는 사람 피부에도 닭살이 올라올 만큼 죽고 못살던 커플이 어느 날 갑자기 서로 쌍욕을 하고 다닌다.
참 신기하다. 가까운 사이에는 오랜시간 쌓여온 남다른 유대감이 있으니 웬만한 시련 정도는 거뜬히 이겨낼 줄 알았다. 이렇게 모래성처럼 관계가 무너져 내리다니 정말 허무하다.
다 이유가 있다. 핵심 키워드는 ‘심리적 거리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과 남을 다르게 인식한다. 너무 당연하다. 그러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 깊은 사이가 되면 급기야 어느 선을 넘게 된다.
바로 나와 타인의 경계선이다. 이제 상대방을 남이 아닌 ‘확장된 나’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예가 부모 자식관계다. 사랑하는 자녀의 행복 그 자체를 기뻐하는 마음이 아니라, 자녀를 통한 자기 자신의 성공을 즐기는 상황이다.
3.
이렇게 하나로 융합되고 나면 상대에 대한 시각이 왜곡되기 시작한다. 그 사람 의사는 물을 필요도 없다. 일단 본인이 그렇게 추측하면 실제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단정 지어 버린다.
내 기대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불같이 화를 낸다. 상대를 무시해서가 아니다. 지금은 그를 ‘남’이 아닌 자기로 바라보고 있으니 한마디로 본인에 대한 자책에 해당한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사람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일단 사람마다 알맞은 거리감을 미리 정하자. 연락이 뜸해 멀어진다 싶으면 카톡이라도 보내 느슨한 줄을 당기고, 너무 가까워졌다 싶으면 일부러 뜸하게 만나면서 줄을 풀어주자.
“어떻게 사람을 관리하면서 만나요, 너무 매정해요.”
타인을 차마 ‘관리의 대상’으로 보지 못하면 결국 문제가 된다.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달라붙어 하나가 되어 버리고, 한 번 멀어지면 안드로메다까지 떠나가도 손을 쓰지 못한다.
4.
좋은 솔루션이 없을까. 서구문화에 그 힌트가 있다. 그들은 장모님, 시어머니가 ‘mother in law’다. 내가 배우자와 법적으로 관계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당분간’ 부모로 예우한다는 개념이다.
“그런 황당한 말이 어디 있어요, 일단 결혼했으면 우리 집 사람이지.”
“며느리가 어머님, 아버님 하니까 좋네요, 저도 딸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며느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딸이 될 수 없다. 서운해하거나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 그냥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그렇게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해야 오히려 서로 예의를 지키고 배려하게 된다.
브레이크나 액셀 중 하나만 있는 차를 본 적 있는가. 아무리 숙련된 운전자라도 수시로 페달을 바꿔 밟으며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야 안전하다. 과속이든 급정거든 모두 사고로 이어진다.
5.
모든 사람과 다 친하게 지낼 필요도 없고, 모두에게 너무 철벽 방어를 할 이유도 없다. 각각의 관계에 알맞은 그 거리만 잘 유지하면 된다.
거리 조절에 성공해야 그 사이가 오래간다. 서로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으니 실망할 일도 줄어든다.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면 인연도 변할 수 있다. 변하면 변하는 대로 다시 새로운 거리로 환경설정을 바꾸면 된다. 인간관계의 핵심은 꾸준한 관리다.
*3줄 요약
◯너무 가까워져 상대를 '확장된 나'로 착각하면 갈등이 시작된다.
◯인간관계는 운전과 마찬가지로 액셀과 브레이크를 적절히 쓸 줄 알아야 한다.
◯관계마다 알맞은 거리를 유지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더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