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1
<1년 준비한 해외여행에 폭우가 쏟아진다면?>
1.
“칠순 기념여행인데 이렇게 비가 와서 어떡해요.”
무려 1년을 준비한 여행이다. 이 집 저 집 휴가일정 미리 맞추고 항공권에 풀빌라 숙소까지 완벽하게 챙겼다.
이게 웬일인가. 공항에 내리자마자 비바람이 몰아친다. 사진에서 본 코발트색 하늘은 어디로 숨었나. 에메랄드빛이어야 할 바다는 온통 칙칙한 회색이다. 망했다.
2.
“이게 뭐야.”
온 가족이 시무룩하다. 인스타 프로필사진 찍으려고 잔뜩 기대했던 아이들은 한숨만 내 쉰다. 엄마 아빠들은 위아래로 눈치 보느라 어쩔 줄 모른다.
“왜 그래, 여행 왔으면 놀아야지. 전부 들어가.”
할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수영복을 갈아입으신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그대로 수영장에 풍덩.
아이들도 하나 둘 따라 들어가기 시작한다. 비치볼 하나 던져주니 이리 치고 저리 치고 까르르까르르 제대로 신났다. 입술이 파랗게 되면 바로 옆 샤워실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가 또다시 풍덩.
“어, 해가 나왔네.”
하루면 그칠 줄 알았던 비는 일주일 내내 휘몰아쳤다. 여행을 마치고 공항수속을 하는 도중 처음으로 해를 보았다. 어이는 없었지만 꽤 괜찮은 추억을 남긴 여행이었다.
3.
사실 누가 잘못해서 생긴 일도 아니다. 날씨를 통제할 능력자 그 누구란 말인가. 그저 이번에는 날씨천사가 우리를 잠시 외면했을 뿐이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용기, 그리고 그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다.
만약 흐린 날씨에 마음이 상해 모두 방에만 틀어박혀 TV와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비바람이 우리 가족만 일부러 괴롭힌 적도 없는데 애꿎은 날씨 탓만 하며 우울한 시간을 보냈으리라.
날씨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내 행동만은 내가 조절할 수 있다. 비는 하늘에서 내려오지만 내 마음은 내 안에 있다.
4.
우리 가족은 내리는 비를 한 번 맞아보기로 결정했다. 다들 어린 시절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을 느꼈다. 그 시절에는 우산도 없이 비를 잘도 맞고 다녔는데 어느 순간 바지 끝에 빗방울이 튀기만 해도 얼굴을 찡그리게 되었다.
폭우가 쏟아질 때 그 비를 맞지 않겠다고 애쓰면 너무 어리석다. 비에 젖은 옷보다 투덜거리는 마음이 우리를 더 지치게 한다.
화창한 날씨에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했다면 더 즐거웠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지금 이 소중한 시간을 가볍게 내다 버릴 수는 없다.
여행지에서 비가 내리면 오히려 더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긴다. SNS에는 전부 쨍한 날씨에 찍은 모델 포즈 사진들 뿐이니 우산과 장화를 찍은 샷은 그만큼 귀하다.
5.
요즘 당신 날씨는 어떠한가. 해가 화창하게 빛나고 있는가, 아니면 태풍이 몰아치는 중인가.
아무래도 좋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비는 내린다. 비 한 방울 안 맞고 사는 사람은 없다.
비 온다고 투덜거리며 아까운 인생 낭비하지 말자. ‘어떻게 하면 이 비를 잘 맞았다고 소문이 날까, 어떻게 하면 지금 더 재미있게 즐길까.’ 그런 가슴 뛰는 고민을 해보자.
*3줄 요약
◯통제할 수 없는 조건 속에서도 어떻게 행동할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비가 오든 해가 비치든 지금 이 시간은 나에게 너무도 소중하다.
◯투덜거리며 낭비할 시간에 재미있게 즐길 방법을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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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 추석연휴 여행일정이 잡혀있는 관계로,
9/20부터 10/27까지 토요일마다
빠지는 글을 보강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