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9 <정답은 없지만 항상 더 좋은 답이 있다>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439

<정답은 없지만 항상 더 좋은 답이 있다>


1.

“내 말이 맞잖아. 이제 그만 인정 좀 하시지?”


밥 먹다 말고 30분째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중이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둘 다 자기 의견이 정답이라며 상대를 계속 설득한다. 옆에 앉은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만 들여다본다.


2.

세상에 정답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그는 대화가 시작되는 순간 빨간펜 들고 채점부터 시작한다. ‘내 말이 맞나, 저 사람 말이 맞나.’


내가 맞다고 판단되면 상대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그 부분은 네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이야. 내가 잘 아니까 내 말부터 들어봐.” 주로 전문가들이 비전문가와 이야기할 때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상대가 끝까지 자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강압적으로 복종을 요구하거나 권력으로 응징하기도 한다.


상대가 맞다고 생각하면 이번 판은 내가 졌다고 느낀다. 인격이 훌륭한 사람은 상대가 더 낫다고 순순히 인정하며 박수를 친다. 속이 좁은 사람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졌다고 시인하는 순간 진짜 진다고 생각한다.

상대방 말의 한 구석 꼬투리를 잡아 반격을 시도한다. 또는 자신의 말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라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모든 대화가 이런 식이다. 총칼만 안 들었을 뿐 살벌한 전쟁판이다.


3.

반면 더 나은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인다. 일단 상대방이 하는 말을 집중해서 듣는다.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자체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다.


그 말이 맞고 틀리고는 그다음 문제다.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슨 내용인지부터 확실히 알려고 한다. 만일 같은 주제에 대해 나와 다른 견해를 제시하면 둘 중 누구 말이 더 나은지 따져본다.


상대 의견이 더 설득력 있다고 느끼면 쿨하게 인정한다. 패배가 아니다. 그저 더 나으니 낫다고 말할 뿐이다. 자신의 말이 더 낫다고 느끼면 또 그런 의견을 담백하게 전달하기도 한다.


전혀 다른 주제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런 과정조차 필요 없다. 더 나은지 아닌지 비교할 대상 자체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구나.’ 그냥 듣고 치우면 그만이다. 내용에 다소간 문제가 있다 해도 구태여 태클을 걸거나 반박할 필요가 없다.


4.

“음... 실은 제가 남과 이야기하면서 분위기 썰렁해질 때가 자주 있어요. 언성이 높아질 때도 많고요. 그 사실만은 인정해야겠네요.”


대화할 때마다 불편을 자주 느끼거나 남과 자주 충돌하는 사람은 위의 두 가지 관점으로 자신의 대처방식을 한번 점검해 보자.


나는 유튜브 과학채널 <보다>를 자주 본다. 과학에 대한 호기심도 있지만 등장하는 과학자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태도에 더 관심이 많다.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천문학 박사도 다른 분야는 잘 모를 수 있다.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묻는다. 질문을 받은 사람도 그 내용은 잘 모르겠다거나 지금껏 잘못 알고 있었다는 말을 너무도 해맑게 내뱉는다.


5.

인간관계 소통의 모델을 과학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세상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 솔루션은 ‘지금까지 밝혀진 가장 좋은 답’이라는 관점이다.


더 좋은 답을 찾으려면 엉뚱하고 새로운 의견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말로는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안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나와 다른 의견을 듣는 족족 모두 틀렸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나의 정답’만 고수하면서 ‘나머지 오답들’을 일일이 응징하려 들면 자신의 정답만 점점 더 초라해진다. 눈앞의 상대를 내 의견에 반박하는 적으로 보지 말자. 머리를 맞대고 함께 더 좋은 답을 찾아가는 동료라고 생각해 보자.


*3줄 요약

◯정답만 고집하는 사람은 대화 중에도 계속 채점을 하지만 더 나은 답을 찾는 사람은 상대 의견 자체에 귀를 기울인다.

◯과학자들처럼 ‘지금까지 밝혀진 가장 좋은 답’이라는 관점으로 대화하면 불필요한 충돌을 줄일 수 있다.

◯상대를 경쟁자가 아닌 더 나은 답을 함께 찾는 동료라고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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