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0 <이유를 설명하는 한 마디의 엄청난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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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설명하는 한 마디의 엄청난 위력>


1.

“아니,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여기 줄 서있는 사람들 안 보이세요?”


어떤 사람 A가 갑자기 새치기하면 절대 못 참는다. 뒤에 줄 서있는 사람들도 모두 합세하여 팀플레이로 응징한다.


얼마 뒤 다른 사람 B가 줄 앞으로 걸어와 한마디를 꺼낸다. “제가 비행기시간이 급해서 그러는데요, 택시 좀 먼저 탈 수 없을까요?”


2.

“어머, 어떡해요. 얼른 이리 나오세요.”

“저기 택시 오네요. 어서 타세요. 제가 짐 실어드릴게요.”


분명 5분 전과 똑같은 사람들이다. 이번에는 서로 나서서 B를 돕기 시작한다. 정말 신기한 광경이다. 같은 새치기인데 사람들 반응은 정반대다. 이런 현상은 언제 어디서나 대체로 비슷하게 벌어진다. 사람의 기본 특성인 듯하다.


두 가지 경우의 차이를 생각해 보자. 사실 B가 한 말이 사실인지 여부도 알 수 없다. 비행기표 꺼내보라고 해서 누가 확인하지도 않았다. 상관없다. 곤경에 빠졌다는 말을 들었으니 일단 돕고 본다.


사실 A는 아이가 다쳤다는 소식에 병원으로 달려가는 길이었다. B보다 훨씬 급하고 더 이해받을 만한 상황이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3.

“저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 제가 이렇게 새치기를 할 정도면 그만한 사정이 있겠거니 생각해주어야 하지 않나요? 다들 너무해요.”


사람의 타고난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는 순자와 맹자 이후 지금껏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다. 그렇다 해도 말 한마디 없이 언제 맡겨놓기라도 한 듯 대뜸 선의를 요구하면 너무 무례하다. 선천적인 선악까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스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그래도 선한 사람이 더 많지 않은가 한다. 그저 ‘왜냐하면’으로 시작해 부탁하기만 해도 상대는 어떻게든 내게 도움을 줄 확률이 매우 높다.


실제로 이를 증명한 연구도 있다. 하버드의 심리학자 엘런 랭어가 발표한 그 유명한 ‘복사기 실험’에 대한 논문이다. ‘저는 5장만 복사하면 되는데 먼저 좀 해도 될까요?’ 이 정도만 해도 훌륭하다. 성공률 60%였다.


‘5장 복사인데 제가 좀 급해요. 먼저 좀 써도 될까요?’ 이번에는 ‘급하다’는 말만 더 들어갔을 뿐인데 성공률이 94%까지 올라갔다. 심지어 ‘제가 복사를 좀 해야 되거든요. 먼저 좀 써도 될까요?’ 이런 말도 안 되는 멘트를 날린 경우조차 성공률 93%가 나왔다.


4.

왜 사람들은 그 한마디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할까. 일단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려는 시도만 보아도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겠구나.’하고 맥락을 파악한다.


설명 없이 바로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기다리기 싫어서 꼼수를 쓰네.’ 하는 생각부터 들기 마련이다. 왜 그런 부탁을 하는지 아무 이유라도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꺼이 또는 마지못해 어떻게든 앞자리를 양보해 준다.


또한 심리적으로도 큰 의미 한 가지가 더 있다. 행동하기에 앞서 나에게 질문부터 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내게 허락을 먼저 구했으니 그만큼 존중받았다는 기분이 든다. 상대가 나를 배려했으니 나도 그 친절을 되갚을 방법을 찾는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해심이 많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세상 사람들이 그리 매정하지는 않다. 다만 남한테 말 걸기를 꺼리고 어떻게 부탁하면 좋은지 소통하는 방식도 잘 모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무례한 사람 취급을 받을 뿐이다.


5.

“김대리, 이 업무 좀 도와주세요.” 대신 “고객 컴플레인을 빨리 해결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시간 내에 처리하기 어려울 듯해요. 좀 도와주세요.” 이렇게 해보자.


‘오호라, 이렇게 계속 부려먹으면 되겠네?’ 어쩌다 한 번 부탁이 아니라 수시로 일을 떠넘기듯 뻔뻔하게 나오면 호의대신 비난만 돌아온다.


물론 당신 역시 기본적인 선의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인간관계는 서로의 선의가 만날 때만 부드럽게 굴러간다.


*3줄 요약

◯대뜸 행동부터 하면 무례한 사람 취급받지만 아무 이유라도 말하면 사람들은 기꺼이 돕는다.

◯하버드 복사기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왜냐하면’ 한마디만 붙여도 부탁 성공률이 94%까지 올라간다.

◯먼저 허락을 구하는 행위 자체가 상대를 존중한다는 신호가 되므로 호의를 이끌어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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