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2 <거짓말을 잘 간파하고 싶다면? 역순으로~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442

<거짓말을 잘 간파하고 싶다면? 역순으로 물어보기>


1.

“어제 회사 끝나고 뭐 했어?”

“6시 30분에 퇴근해서 지하철 타고 원룸 근처까지 이동한 뒤, 7시 15분경 친구 민석이 전화받고 같이 저녁을 먹은 후 9시 30분에 잠들었어.”


일사천리로 의기양양하게 대답했지만 상대의 표정은 영 좋지 않다.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게 기억을 해? 꼭 미리 준비해서 외운 사람처럼?”


2.

거짓말도 그리 간단치 않다. 초보자가 아무리 철저히 준비한다 해도 고수들은 미세한 이상신호들을 다 잡아낸다.


가장 흔한 실수가 기억의 순서다. 거짓으로 상황을 조작할 때 백이면 백 시간 순서대로 스토리라인을 짠다. 바로 그 부분이 치명적인 실수다. 오늘 아침 일을 순서대로 떠올리려 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이 많은 법이다.


“오늘 사무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더라... 점심 먹기 전에 팀장님이 본부장님한테 깨지고 오셔서 기분이 안 좋으셨어요. 참, 김사원은 출근할 때 지하철에 우산을 두고 내려서 비를 쫄딱 맞고 왔어요.”


우리의 기억은 지극히 선택적이다.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 내용은 실시간으로 삭제한다. 평소와 달랐던 의미 있는 내용만 제대로 기억해도 대단하다.


3.

“아, 그렇군요. 이제 거짓말을 더 잘할 수 있겠어요.”

과연 그럴까. 이 정도 지식을 미리 알고 있다고 해서 과연 다르게 말할까.


거짓말하는 사람 머릿속에는 말하는 상황의 데이터가 들어있지 않거나 전혀 다른 사실이 입력되어 있다. 나름 강약의 차등을 두어 중요한 일부터 말하려 해도 듣는 입장에서는 사실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그 순간을 실제로 경험하지 않아 진짜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번지르르하게 말한다 해도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오지 않은 가짜 이야기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메모를 보고 정확히 읽는 상황이 아니라면 사람의 기억력은 분명 한계가 있다. 띄엄띄엄 버벅거리며 말하는 정도가 상식적이다.


4.

좀 더 확실하게 검증할 방법이 있다. 중간에 말을 갑자기 끊은 뒤, “지금 그 부분부터 다시 역순으로 말해볼래?”하면 된다.


순방향으로만 계속 연습했으니 역방향 재생은 매우 어렵다. 지어낸 이야기는 경험이 들어가 있지 않은 허구이니 차례대로 말하지 않으면 금방 헷갈리기 시작한다.


반면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한 진짜 기억은 어느 지점에서든 거꾸로 회상할 수 있다. 이야기를 잘 기억해서가 아니다. 보고 듣고 느낀 감각 정보가 아직 단기기억 메모리에 남아있으니 장면들을 자유자재로 떠올릴 수 있다.


이렇게 꼼꼼하게 따져보지도 않고서 그저 버벅거리는 모양만 보고 무조건 거짓말로 몰아세우면 안 된다. 소심한 사람은 추궁당하는 듯한 분위기를 느끼기만 해도 벌써 식은땀을 흘리며 혀가 꼬이기 시작한다.


5.

“저는 척 보면 다 알아요. 귀신을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제 눈은 절대 못 속여요.”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을 너무 맹신해도 곤란하다.


처음에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어서 질문을 던졌을 테니 상대방이 진실을 말한다 해도 흔쾌히 신뢰하지 못한다.

대화 자체는 기어를 중립에 놓고 지극히 평범하고 객관적인 말투로 이어가자. 그 일상적인 소통 속에 의심스러운 신호가 포착되면 그때부터 의심하기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다.


*3줄 요약

◯너무 완벽하게 시간순으로 늘어놓는 말은 오히려 거짓일 확률이 높다.

◯진짜 경험은 역순으로 물어도 거침없이 나온다.

◯섣불리 의심하며 추궁하는 대신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이상 신호만 잘 포착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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