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4 <매일 입는 흰 옷은 더러워져도 알지~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444

<매일 입는 흰 옷은 더러워져도 알지 못한다>


1.

“아, 이렇게 더러운 줄도 모르고 매일 입었네.”


진료할 때 흰가운을 입는다. 매일 입고 벗을 때마다 두 눈으로 보지만 깨끗해 보였다.


오늘 환자 치료 중 피가 튀어 냉큼 새 가운을 꺼냈다. 어이쿠, 새 가운 옆에 두고 보니 엄청 지저분해 보인다. 매일 같은 옷을 보면서 감각이 둔해진 탓이다.


2.

누구든 하루하루의 미세한 변화까지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선을 그을 때 1cm 어긋나는 정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렇게 몇 달이 지나니 어느새 1m 차이가 벌어진다.


작은 차이가 매일 쌓이면서 우리는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늘 같은 일상이 반복된다고 느꼈지만 실은 깨닫지도 못할 만큼 조금씩 조금씩 나빠지는 중이었다.


우리는 보통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한다. 크게 다르지 않으니 당연히 똑같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내 판단의 바로미터가 될 만한 사람이 없으면 더욱 마음이 편안해진다. ‘남들에 비해 크게 나쁘지 않네.’


3.

그래서 절대적인 기준점이 중요하다. 파도에 배가 흔들리든 말든 늘 내 위치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북극성이 필요하다.


내 옷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고 싶으면 새 옷과 비교해보아야 한다. 지금 나의 판단과 행동이 얼마나 제대로인지 알고 싶을 때는 확실히 검증된 지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삶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등대가 바로 고전이다. 베스트셀러 순위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책은 아직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았지만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고전은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이 이미 인정했다.


소크라테스와 공자가 던진 화두는 지금도 우리 모두에게 신호등이 되어 주고 있다. 색이 바래지 않고 순백을 유지하고 있는 새 가운처럼 말이다.


4.

살아있는 사람 중에도 기준점을 찾아볼 수 있다. 본받고 싶은 사람을 멘토로 정해 주기적으로 대화를 나누기만 해도 자신이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나는 나예요. 내가 하는 판단이 항상 가장 정확하다고요.”

자기 생각에만 너무 빠져 있으면 기준점을 잃어버리고 엉뚱한 방향으로 항해를 한다.


종이에 직선을 그을 때 펜 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펜을 움직이지만 결국 비뚤어져 있을 때가 많다. 오히려 펜에서 눈을 떼고 끝점을 향해 한 번에 주욱 긋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매일 충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삶도 중요하다. 다만 자신이 도착하려는 산꼭대기를 한 번씩 쳐다보며 방향을 바로잡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엉뚱한 곳을 향하게 될지도 모른다.


5.

“기준!”

수많은 사람에게 오와 열을 맞추어 줄을 서도록 지시하려면 리더는 제일 먼저 기준부터 정한다.


물론 기준점 없이 흐름에 몸을 맡긴 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도 있다. 애를 쓸 필요도 없고 너무도 편안하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면 후회가 밀려온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떠내려 왔을까. 오늘부터라도 나만의 기준점을 정해보자. 당신의 옷이 얼마나 더러워졌는지 그제야 눈에 보인다.


*3줄 요약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절대적인 기준점이 있어야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고전과 멘토를 기준점으로 삼으면 내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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