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4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거짓말의 정체>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454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거짓말의 정체>


1.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10개월 전에 예약하고 결재까지 다 마쳤는데 갑자기 방이 없다니요.”

“물어드리면 되잖아요.”


그 지역 여행수요가 폭발하면서 호텔비용이 급등한 탓이다. 위약금 물어주고도 이득이다 싶으니 이런 식으로 나온다.


남에게 이런 대우를 받으면 화나고 억울하다. 명백한 기만행위다.


2.

그런데 저 사람보다 훨씬 독하게 그것도 수시로 나를 속이는 사람이 있다.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남이 나를 속일 때는 ‘기만’이라고 말하며 맹공격을 퍼붓는다. 정작 내가 범인일 때는 ‘자기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지를 씌운다.


“지금 이 주위 호텔값이 다 10배로 뛰었어요. 선생님 같으면 그 이익 다 포기하실 수 있겠어요? 양해 좀 해주세요.”

남이 그렇게 말하면 펄쩍 뛰며 흥분한다.


“나라고 해서 그 약속을 어기고 싶었겠어? 몸이 안 좋고 피곤하기도 하던 차에 깜박 잊어버렸을 뿐이야.”

자신이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훨씬 이해가 안 가는 핑계를 대고도 너무 당당하게 나온다.


3.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줘, 내일부터는 정말 달라질게.”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야. 상황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 뿐이야.”


주옥같은 명대사들이다. 그렇게 말하고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다. 자기 합리화는 그렇게 강력하고도 뻔뻔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합리화를 잘하는 사람은 대체로 남을 잘 믿지 못한다. 자신이 변명에 능통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리라 짐작한다.


“저 사람 말은 반만 믿어야 해.”

“겉으로는 저렇게 말하지만 속으로는 분명 딴생각하고 있을 거야.”

자기 내면의 이중성을 남에게 쉽게 투사한다.


4.

물론 자기 합리화가 필요할 때도 있다. 자기 합리화는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질 때 우산대신 머리에 뒤집어쓰는 신문지 같은 효과가 있다.


진실이라는 날카로운 칼날을 맨몸으로 받아내기가 버거울 때 합리화는 잠시 몸을 사릴 수 있도록 보호막 역할을 해준다. 큰 시험에 떨어졌을 때 일단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준비부족을 인정하려면 꽤 큰 결심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내면의 힘 크기는 제각각이다. 무조건 사실을 직면해야 한다며 등을 떠밀면 누군가는 그 진실에 크게 다치고 만다. 잘잘못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비상사태에만 이용해야 할 ‘임시 대피소’를 수시로 들락거리니 문제다. 비난받거나 질책을 들을 일이 생길 때마다 남 탓 상황 탓을 하면 곤란하다.


5.

“대피소도 그럭저럭 지낼 만 한데?”

합리화에 중독된 사람도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어느새 내 집처럼 편안함을 느낀다.


남들이 자기 합리화 그만하라며 손가락질을 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조금 비겁해지고 나니 이렇게도 세상살이가 수월하고 편해질 줄이야.


남의 거짓말은 언젠가 들통나기 마련이다. 자기 합리화는 본인조차 속인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 죽을 때까지 모를 수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거짓말은 남이 아닌 나 자신이 내게 하고 있었다.


*3줄 요약

◯남이 나를 속이면 기만이라 부르지만 내가 나를 속일 때는 자기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멋지게 포장한다.

◯자기 합리화에 익숙해지면 남도 믿지 못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거짓말은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자기 합리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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