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3 <믿음과 신뢰를 착각하면 관계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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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신뢰를 착각하면 관계가 무너진다>


1.

“저 사람은 참 믿음직스러워.”

“그 사람은 내가 정말 신뢰하는 사람이야.”


믿음과 신뢰. 비슷한 단어 같지만 뉘앙스는 좀 다르다.


둘 다 좋은 의미는 분명하지만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면 사고가 나기 쉽다.


2.

“오빠 믿지?”

믿는다는 말은 무조건적인 상황을 전제로 할 때가 많다.


절대자에 대한 종교적인 믿음이 대표적이다. 자녀나 부모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애정도 그에 못지않다.


믿음에는 이유가 필요치 않다. 막연하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근거 없는 확신이다. 아무런 조건이나 한계도 없다. 그 어떠한 논리도 믿음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맹목적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아들이 시험을 망치든 사고를 치든 부모는 아이 편이다. 이성이 아닌 본능적인 쏠림이다. “우리 아이가 괜히 그랬을 리가 없어. 분명히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야.”


3.

그에 반해 ‘신뢰’는 이성적인 판단의 결과다. 과거 수많은 행동 패턴에서 나온 확률적인 기댓값에 의해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이다. 즉 그동안의 행적이 신뢰의 크기를 좌우한다.


10년 동안 납기일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면 그 업체에 대해 ‘신뢰’할 수 있다. 새로 거래를 시작한 업체가 한 달 동안 성실히 납품해 주었다 해도 아직 마음 놓기는 이르다.


신뢰하던 거래처가 연속 세 번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될까. 10년 쌓아온 신뢰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은행에서도 과거의 신용기록을 조회하여 미래의 사고 가능성을 예측한다. 신뢰는 쌓기도 어렵지만 그대로 유지하기는 더 힘들다.


“이제 대한상사 납품은 믿을 수가 없네요.”

말로는 ‘믿는다’는 단어를 썼지만 그 진짜 의미는 ‘신뢰’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다.


4.

이 두 단어를 엉뚱하게 쓰면 문제가 터진다. 믿어야 할 가족에게 데이터에 기반한 신뢰를 요구하고, 사례중심으로 신용을 증명해야 할 조직생활에서 신뢰대신 믿음을 주장하면 곤란하다.


“네 행동을 3개월 동안 분석해 봤어. 알아서 방청소 한다고 했는데 청소한 날은 겨우 17일이야. 네 말의 신용도는 18.9%밖에 안돼. 이제 너에게 맡겨둘 수 없겠어.”

가족끼리 너무 한다 싶다. 이성적인 논리를 강조할수록 감정은 얼어붙는다.


“팀장님, 이번만은 꼭 믿어 주세요. 다음 주까지 보고서 꼭 완성해서 보여드릴게요."

기한을 지킨 횟수가 손에 꼽을 만한 수준인데 또 이런다.


믿음의 관계에도 역시 지켜야 할 선은 있다. 그 선을 함부로 넘나들기 시작하면 얼마든지 깨질 수 있다. 남편 사업이 부진하다고 해서 믿음이 약해지지는 않지만, 외도를 반복하고 가족을 폭행한다면 더 이상 믿기 어렵다. 본인이 판을 깨뜨렸다.


5.

인간적인 유대를 소중히 여기며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믿음’은 계속 유효하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상대는 넓은 마음으로 포용한다.


신뢰의 관계에서는 매 순간 새로운 성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평가에 부합하는 행동이나 판단을 하지 못하면 점점 신뢰는 하락한다.


가족과 친구, 연인에게는 믿음을 주고, 동료와 거래처에게는 신뢰를 쌓자. 상황에 맞는 태도를 취해야 주어진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다.


*3줄 요약

◯믿음은 무조건적이고 본능적인 확신이며, 신뢰는 과거 행적에 기반한 이성적 판단이다.

◯가족에게 데이터를 요구하거나 직장에서 근거 없는 믿음을 주장하면 관계가 꼬인다.

◯가족과 친구에게는 믿음을, 동료와 거래처에게는 신뢰를 쌓아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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