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6 <왜 발표는 잘하면서 대화는 서툴까>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466

<왜 발표는 잘하면서 대화는 서툴까>


1.

“발표는 제가 다해도 좋아요. 대신 차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자리는 무조건 빼주세요.”


10명 앞이든 100명 앞이든 발표만 시키면 김대리는 훨훨 날아다닌다. 떨리는 기색 하나 없이 능숙하게 해낸다.


그런 김대리가 스몰토크에 이렇게 약할 줄이야.


2.

발표든 대화든 모두 말을 한다는 사실은 같지만 그 방식이 전혀 다르다. 발표는 일방적이다. 일부러 질문을 받지 않는 이상 미리 준비한 각본을 달달 외워서 일사천리로 풀어내면 그만이다.


발표를 잘하는 사람은 본인 생각을 조리 있게 잘 표현한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돈하여 논리적인 순서에 맞춰 흐름을 탄다. 청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듣기만 하면 된다.


반면 대화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교신이다. 내가 한마디 꺼내면 상대도 한마디 할 권리를 가진다. 서로 상대방 이야기를 들은 뒤 각자 의견을 밝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무리 많아도 상대의 반응에 따라 대화내용은 수시로 바뀐다. 상대방 말을 귀담아듣지 않으면 다음에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당황하게 된다.


3.

“저는 열심히 경청하면서 대화하는데도 소통이 잘 안 돼요.”

이런 경우가 꽤 많다. 발표에 유능한 사람이 일상대화에 버벅거리는 패턴은 대부분 비슷하다.


상대방 말을 열심히 듣기는 한다. 다만 그 내용을 자기 말에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맥락은 무시하고 본인이 원래 준비했던 멘트를 그대로 꺼낸다. 가끔은 상대방의 정당한 발언기회를 빼앗기도 한다. “말 끊지 말고 끝까지 들으신 뒤에 말씀하시면 안 될까요?.” 30분 동안 혼자 떠든다.


결국 그는 대화를 발표처럼 하는 중이다. 상대방이 하는 말도 그의 발표로 간주하고 묵묵히 듣기만 한다. 상대방 말에 아무 토를 달지 않고, 자신의 말도 그대로 받아들여지길 원한다.


다시 말해 쌍방향 교신을 하는 소통이 아니라 일방통행을 서로 번갈아 하는 셈이다. 각자 자기 하고 싶은 말만 계속 내뱉으니 의견을 좁히거나 호감을 느끼기 어렵다.


4.

소통은 브리핑이 아니다. 아나운서가 기사문을 읽듯 나 혼자만 마이크를 쥐고 내려놓지 않는다면 굳이 상대방을 앞에 두고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이런 대화는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보내도 전혀 상관없다.

초보운전자가 서울에서 고속도로에 들어가 부산까지 직진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앞만 보고 달리며 자기 할 말만 계속 내뱉는다. 차선도 바꾸지 않는다.


이런 행동이 습관화 되면 일상에서도 그 패턴이 그대로 드러난다. 커피전문점에서 진상고객으로 취급받는 주요 유형중 하나가 된다.


“드시고 가시나요?”/ “(건성으로) 네”/

“여기 있습니다.”/ “가져갈게요, 포장해 주세요.”


5.

소통은 나와 상대방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무조건 자신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니까 반응은 살피지도 않고 일방적인 발표만 한다.


“억울해, 아무 말 안 했지만 열심히 들었다니까. 전부 그대로 말해볼까?”

경청하라는 말은 상대의 말을 모조리 외우라는 의미가 아니다. 맞장구를 치고 자기 의견을 말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생각과 마음을 나누라는 뜻이다.


발표는 일방적인 전달이고 대화는 서로 소통하는 과정이다. 대화할 때마다 꼭 체크하자. 혹시 소통을 빙자한 발표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3줄 요약

◯발표는 준비한 각본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고, 대화는 상대와 생각을 주고받으며 공감대를 만드는 과정이다.

◯발표 고수가 대화에 약한 이유는 상대 말을 들어도 그 맥락을 무시하고 자기 말만 이어가기 때문이다.

◯서로 일방통행만 반복하는 대신 맞장구치며 생각과 마음을 나누어야 진정한 소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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