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8
<주선자의 제안이 항상 한 가지씩 아쉽다면>
1.
“오늘 어땠어? 애프터 신청 할 거야?”
소개팅을 주선한 친구가 내 의향을 묻는다. 외모면 외모, 성격이면 성격 어디 한 군데 흠잡을 곳이 없었다.
“다 좋은데 목소리가 좀 이상해서...”
2.
딱 퍼즐 하나가 빠진 느낌이라 더 아쉽다. 그 한 가지만 괜찮으면 정말 완벽한데. 세상 어딘가에 그런 사람이 반드시 존재하리라 믿으며 굴러들어 온 복을 냅다 걷어찬다.
“네 말대로 그런 사람은 분명히 있어. 그런데 그 사람이 과연 너를 만나고 싶어 할까?”
벌써 몇 번이나 비슷한 방식으로 거절하고 나니 이번에는 주선자도 살짝 짜증을 낸다.
“목소리가 안 좋고, 키가 좀 작고, 직장이 아쉽고... 그래서 너한테 그런 기회들이 온 거야. 그 부분이 완벽했으면 너한테 소개도 못했어.”
이 녀석. 그동안 많이 답답했나 보다. 오늘은 아주 제대로 팩트폭행을 날린다. 내가 아직 진짜 아쉽지가 않아서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느끼나 보다.
3.
소개팅이든 직장소개든 이러한 선택의 순간이 지나갈 때마다 우리가 놓치는 구석이 있다. 보통 나와 상대의 희망사항만 놓고 저울질하지만 언제나 그 사이에는 ‘주선자’가 끼어 있다.
나와 상대를 모두 아는 입장에서 이 만남을 성사시킨 그 사람, 나와 그 회사 상황을 잘 평가하여 서로를 연결해 준 헤드헌터가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왜 나에게 이렇게도 아쉬운 기회를 제시했을까. 나를 무시한 행동이었을까.
아니다, 주선자는 상대방과 나 양쪽 모두의 눈치를 본다. 어느 한쪽에서도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 기나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그는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닌 자기 자신의 편일 뿐이다.
주선자에게는 이 커넥션에 자신의 평판이 걸려있다. 양쪽 모두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냉정하고도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
4.
“아니, 너는 나를 뭘로 보고 이런 회사를 소개해 준거야?”
이런 말을 하고 싶은 순간이 와도 꾹 참아야 한다.
내 앞에서는 언제나 내 편인 척 나를 지지해 주었지만 그가 냉철하게 바라보는 나의 능력치가 딱 그 정도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체로 세상의 판단은 우리 생각보다 냉정하고도 현실적이다. 그 내용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본인 자유지만 외면한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오죽하면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볼 때도 이미 포토샵 보정이 된 모습으로 다르게 보인다.
5.
이제 선택의 순간이다. 당신의 주관적 판단대로 밀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제3자인 주선자의 시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인가.
만약 제3자의 판단을 믿는다면 두 가지 옵션이 가능하다. 지금 전해 들은 제안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내가 이 정도로밖에 안 보인다 이거지?’하며 현실적인 평가를 자극의 기회로 삼아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길이다.
괜히 사이에 낀 주선자만 들들 볶지 말라. 주선자가 건넨 거울 속 당신 모습을 순순히 인정하든, 아니면 그 거울을 밟고 일어서서 더 높이 도약하든 당신의 선택이다.
*3줄 요약
◯아쉬운 소개팅이나 직장 제안은 주선자가 본 당신의 객관적 위치를 보여준다.
◯주선자는 자신의 평판을 걸고 양쪽을 냉정하게 매칭하니 그 판단을 무시하기 어렵다.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든 이를 발판 삼아 한 단계 성장하든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