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1 <자기 객체화와 자기 객관화 : 당신은 잘~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471

<자기 객체화와 자기 객관화 : 당신은 잘 구분하는가>


1.

“여성은 남성보다 자기 객관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외모에 신경을 더 많이 쓰는 편이죠.”


의외로 자주 듣게 되는 문장이다. 어딘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자기 객관화는 긍정적인 의미인 줄 알았는데 그로 인해 외모에 집착하게 된다니 무슨 황당한 논리인가.


2.

여기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숨어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기 객체화’와 ‘자기 객관화’ 용어의 혼돈에서 생긴 결과다.


“둘 다 비슷한 말 아닌가요? 굳이 그렇게까지 단어를 따질 필요가 있나요?”

두 단어만 놓고 보면 구분이 어렵다. 하지만 영어 원어를 보면 차이가 명확해진다.


자기 객체화는 영어로 ‘Self-Objectification’이다. 주체성을 잃고 자신을 타인의 평가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Barbara Fredrickson과 Tomi-Ann Roberts가 1997년에 발표한 연구에 나온다.


핵심은 개인이 사회 속에서 타인의 시선이라는 압력을 받으면 자기 스스로도 그런 시각을 갖게 된다는 내용이다. 성을 상품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여성 스스로도 남들 시선을 신경 쓰며 자기를 외모의 잣대로 평가하게 된다는 설명이 대표적이다.


3.

반면 ‘자기 객관화’는 심리학 용어로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기를 바라보자’는 좋은 취지의 문장을 짧게 요약한 결과물이다.


말을 줄이고 나니 두 표현이 상당히 비슷해졌다. 어느새 두 가지 용어 사이에서 혼돈을 겪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심지어 두 개념을 뒤죽박죽 섞어서 처음에 제시했던 희한한 문장으로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기 객체화’라는 개념이 낯설고 새로운 내용이다 보니 입에 착착 붙는 ‘자기 객관화’ 개념으로 오해하면서 생긴 사고다.


두 용어는 발음이 비슷하지만 의미는 정반대다. ‘자기 객체화’는 불안과 우울로 이어지기 쉬운 안 좋은 현상이고, ‘자기 객관화’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는 훌륭한 관점이다.


4.

비슷한 부분도 있기는 하다. 두 개념 모두 나 자신이 아닌 남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타인의 관점으로 나를 보는 행동은 나쁠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다. ‘자기 객체화’에 빠지면 별로이고,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어야 유익하다.


핵심은 타인의 평가를 ‘어떻게’ 신경 쓰는가에 달렸다. 자기 객체화는 매 순간 ‘나는 어떻게 보일까?’에만 집착한다.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자기 할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반면 자기 객관화는 자기 합리화의 틀을 깨뜨리는 건강한 도구로 쓰인다. 내 체형에 맞지 않는 옷을 한사코 고수하는 ‘고집’도 아니고, 남들 의식하느라 창피해하며 입어볼 엄두도 못 내는 ‘자기 객체화’도 아니며, 자신의 체형을 돋보이게 해 줄 옷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찾아가는 모습이다.


5.

요약하자면 자기 객체화는 ‘지나친 남 눈치’, 자기 객관화는 ‘메타인지’라고 할 수 있겠다.


메타인지는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는 설명이 자연스럽다. 자신의 생각이 과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지 한 발짝 물러서서 관찰하고 조절하는 능력이다.


감정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거나 주눅 들게 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있어야 비로소 ‘자기 객관화’가 가능하다. 이제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대신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에 관심을 가져보자.


*3줄 요약

◯자기 객체화는 타인의 시선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평가 대상으로만 보는 안 좋은 현상이다.

◯자기 객관화는 메타인지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며 성장하는 훌륭한 관점이다.

◯두 개념은 한 글자 차이지만 불안과 성장이라는 정반대 결과로 이어진다.



카드뉴스250603_yellow.png


작가의 이전글@1470 <남에게 조언하면 내가 먼저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