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6 <혹시 불친절이 아닌 패닉 상태일지도~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476

<혹시 불친절이 아닌 패닉 상태일지도 모른다>


1.

“상사와 어떻게 대화해야 미움을 받지 않을까요?”


이금희 아나운서가 어느 회사 신입사원 연수강의를 준비하며 사전질문을 받았다. 설문내용을 펼쳐보고 깜짝 놀랐다.


대다수가 상사에게 미움받지 않는 대화법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소통을 얼마나 공포스럽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

“지금 세대는 외동이 많고 조부모나 친척을 만나기도 어려워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해 본 경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하물며 다른 세대와 말 섞을 기회는 거의 없다고 봐야죠.”


학교나 학원에서도 선생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는 경우가 많으니 일대일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경험은 부족하기 쉽다. 어른의 꼰대스러움에 학을 뗐다기보다 아예 마주 보고 말해 본 적도 없다는 뜻이다.

그 상태로 프로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이제 직장에서 중요한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덜컥 겁부터 난다.


상사가 말을 걸면 어떻게 대꾸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반박하거나 따지고 싶은 마음이 아닌데도 자꾸 상대를 화나게 만든다. 정말 억울하고도 답답하다.


3.

“Excuse me, I'm trying to find Lotte World.”


외국인이 길을 물으면 갑자기 표정이 돌변하는 사람이 많다. 절대로 외국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영어 울렁증이 도졌을 뿐인데 상대방은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다고 느낀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쩔 줄을 모르겠다. 손짓 발짓 최선을 다해 보지만 실패하고 황급히 자리를 뜬다.


지금 젊은 세대가 상사 앞에서 보이는 모습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무조건 기성세대를 거역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상태일 수 있다.


4.

“다 소용없어요. 먼저 다가서 봐야 틱틱거리고 반박만 하니까 그냥 말 안 섞는 편이 나아요.”


그렇다고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편이 과연 최선일까. 그렇게 외면하면 영영 소통할 길은 사라져 버린다. 기성세대나 젊은 세대나 서로 상대를 기피하며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 남남이 되고 만다.


“한마디 해주고 싶은 순간이 있으면 그냥 밥이나 커피만 사세요.”

이금희 아나운서는 한발 들이미는 방식으로 먹을거리 대접하기를 제안한다. 그러면서 ‘힘들죠?’ 한마디만 건네면 끝이다.


상대방이 별말 없이 그냥 먹기만 한다면 조언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만약 상대가 옳다구나 하면서 힘든 점을 마구 늘어놓으며 질문공세를 펼치면 하나하나 대답해 주면 된다. 이런 기회조차 없다면 어떻게 될까. 질문하고 싶지만 말문을 열지 못하는 사람은 내내 속앓이만 한다.


5.

“그 부분은 제가 잘 모르겠어요.”

“그 말씀은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가네요.”


젊은 세대에게 당부한다. 그리 거창한 대화법을 구사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 본인이 느끼는 그 어려운 점을 있는 그대로 툭툭 던지면 된다.


모르거나 못한다는 말을 하면 자존심이 상한다면서 입만 꾹 닫고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솔직하게 도움을 청하는데 비웃는 상사는 아무도 없다. 윗세대도 조금만 여유를 갖고 기다려주면 좋겠다.


*3줄 요약

◯요즘 젊은 세대는 다른 세대와의 대화 경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불친절이 아니라 영어 울렁증처럼 당황하는 모습일 수도 있다.

◯윗세대는 포기하는 대신 대화를 시도하고, 젊은 세대는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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