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4
<당신의 회의는 토론인가 통보인가>
1.
“좋은 의견이기는 한데요, 이 사안은 그렇게 보면 안 됩니다.”
김대리가 야심 차게 자료조사해서 의견을 제시했지만 팀장은 일언지하에 커트해 버린다.
심지어 김대리의 안목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으며 갑자기 강의를 시작한다. “이제 잘 알겠죠, 김대리? 그러니까 이 일은 이런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 거예요.”
2.
이것은 회의인가, 통보인가. 모두 모여 앉아 자유롭게 토론하기로 했지만 결국 팀장이 생각한 그대로 결정 났다.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팀장의 훈육과 교육으로 채워졌다.
옆부서 박팀장처럼 아예 처음부터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타입이 차라리 낫다. 그는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한다. 판단도 혼자, 책임도 홀로 진다. 반면 우리 팀장은 애매하게 의논 형식을 거친 후 뒷감당은 공동의 몫으로 돌린다.
“책임질 사람이 판단도 해야 하지 않나요?”
팀장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을 했어야 한다.
“제가 이번 결정을 내릴 때 다른 관점의 내용도 반영하고 싶어요. 여러 가지 참신한 아이디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도 섭섭해하거나 삐치지 않는다.
3.
토론과 대화의 핵심은 아주 간단하다. 주어진 안건과 상황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돌아가면서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다 보면 내 마음이 바뀌기도 한다.
그렇게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친 후 적당한 지점에서 합의를 한다. 처음 회의장에 들어올 때는 아무도 이런 결론을 예측하지 못했지만 결국 전부 만족하고 끝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의논자체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 본인이 가장 똑똑하니 자신이 내린 판단대로 결정이 나야 한다고 우긴다. 처음부터 나름의 ‘정답’을 정해놓은 상태다.
그는 시종일관 자기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댄다. 상대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자신과 다른 말이 나오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흠집을 낸다. 처음부터 자신의 마음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었다.
4.
“아무리 그래도 팀장 정도 되는 사람이 팀원들 말에 생각이 바뀌면 너무 없어 보이잖아요.”
정말 이상한 사고방식이다. 회의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보완하려고 한다. 의견이 바뀌는 모습을 보이기 싫다고 고집부리겠다니 당신은 무슨 독불장군인가.
오히려 합리적인 의견에 거리낌 없이 포지션을 바꾸는 태도야 말로 진정 성숙한 모습이다. “팀장님이 저렇게 오픈마인드이신 줄 몰랐네. 신입 의견 한마디에 프로토콜을 통째로 뒤엎으시는구나.”
단, 조심할 부분이 있다. 생각을 바꾸더라도 줏대 없이 마구 흔들리지는 않아야 한다. 지켜야 할 대전제만은 꼭 지키자. 회의실 들어갈 때 자존심은 내려놓고, 원칙은 끝까지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5.
“저는 남의 조언을 정말 귀담아듣는 편이에요.”
당신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테스트를 해보자.
“아, 그렇네. 그 말이 맞아. 내가 잘못 생각했어.”
이런 멘트를 자주 하는가? 아니면...
“당신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 부분은...”
이렇게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대화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다.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과정일 뿐이다.
*3줄 요약
◯대화는 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해야 한다.
◯처음부터 정답을 정해놓고 상대를 설득하려 들면 소통이 아닌 통보다.
◯회의실에 들어갈 때 자존심은 내려놓되 원칙은 꼭 쥐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