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8
<울면 안 된다던 어른들이 내 눈물을 훔쳤다>
1.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애들에게는 선물을 안 주신대.”
세상에, 이런 황당한 협박이 또 어디 있을까. 세상 모든 아이들이 캔디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는 로봇이 되길 바라는가.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애인지, 나쁜 애인지.”
그래도 말을 안 들을까봐 확인도장을 한 번 더 찍는다. 우는 행동은 나쁜 짓, 울지 않으면 착한 행동이라는 어이없는 개념까지 강제로 주입한다.
2.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윌콕스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이 갇혀있던 방에 적혀있던 바로 그 문장이다.
차갑고 냉정한 세상 모든 이의 태도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기꺼이 당신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지만 고통의 순간은 다들 외면한다.
힘들고 우울하고 슬프면 골방으로 들어가 혼자 그 괴로움을 감당하길 바란다. 괜히 잘 지내고 있는 남들에게 그런 어두운 마음을 전염시키지 말고. 그렇게 아이들에게 울음을 참으라며 조기교육을 시키고 있다.
3.
누구든 남들 앞에서 속마음을 드러내면 나약하고 미성숙한 사람으로 간주한다. 그렇게 수십 년을 포커페이스로 버티다보면 점점 오즈의 마법사 양철 사냥꾼처럼 냉담하게 변해간다.
“감정은 길들여야 할 짐승이 아니라 느껴야 할 경험이다.”
융의 말처럼 눈물이나 웃음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감정배출 시스템이다. 참을수록 오히려 독이 되기만 한다.
심지어 프로이트는 억압된 마음이 신경증의 원인이 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 유명한 ‘카타르시스’ 이론에 따르면 속마음을 적절히 표출해야 정화가 일어난다.
마음을 억누르는 사람에게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잘 생긴다는 연구결과는 무수히 많다. 몸 여기저기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과 심장이상까지 생기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4.
“그렇다고 아무 때나 화내고 울면 어떡해요. 어른이면 참을 줄도 알아야죠.”
시도 때도 없이 감정을 쏟아내라는 말이 아니다. 당연히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능력은 필요하다.
다만 ‘조절’과 ‘억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조절은 시간과 장소를 살펴가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이고 억압은 애초에 그런 감정을 느끼지도 못한 사람처럼 묻어버리는 행위다.
일부러 슬픈 영화를 보며 펑펑 울거나 친구에게 하소연을 늘어 놓으며 속을 털어놓을 수도 있다. 그 짧은 순간이 당신을 지켜준다. 그마저도 부끄럽게 여기며 자신을 감추면 나중에는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5.
눈물은 약하다는 신호가 아닌 정직과 솔직의 상징이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진정 강한 사람이다.
이제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자. 눈물과 웃음은 산타의 선물보다 훨씬 값진 인간의 기본 권리다.
*3줄 요약
◯울지 말라는 교육은 감정을 억압하라고 강요할 뿐이다.
◯감정을 감추지 않고 적절하게 드러낼 줄 알아야 정신건강에도 좋다.
◯눈물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강인함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