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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당황한다면 정보가 부족하다는 뜻>
1.
“네? 그게 무슨 말씀이죠?”
갑자기 상대방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을 한다. 나도 모르게 말실수라도 했나? 어서 사과부터 해야 하나?
너무 겁먹을 필요 없다. 이런 상황의 대부분은 정보의 비대칭이 원인이다.
2.
상대가 놀란 표정을 지으면 덩달아 함께 호들갑을 떨기 쉽다. 애써 침착을 유지한다 해도 상대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멘트부터 준비하기 마련이다.
희한하게도 어떤 말로 위로한들 상대방 모습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화가 난 듯하고 또 어떻게 보면 두려움에 사로잡힌 듯 보이기도 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갑상선암이네요.”
“네? 암이라고요?”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고 부를 정도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의료진이 다독이지만 환자는 계속 심각하다. 괜찮다는 말을 반복해도 아무 소용없다. 슬슬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3.
이럴 때는 위로가 아닌 ‘정보 전달과 설명’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놀라고 흥분하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지금 눈앞의 상황이 낯설기 때문이다. 경계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오는 거지?’
상대의 반응을 오해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나도 내 입장을 변명하며 상황을 모면하려 든다.
“검사결과는 정확하고요, 정 못 믿으시겠으면 한번 더 해드릴 수도 있어요.”
아니다, 이런 말은 번지수가 맞지 않는 멘트다. 환자는 예기치 못했던 말에 살짝 충격을 받았을 뿐이다. 당신과 싸우자는 말이 아니다.
“검진 결과에 갑상선암이 나왔네요. 많이 놀라실 수 있는데 이런 경우가 흔합니다. 갑상선암은 별 증상도 없으니까요. 다른 암하고 달리 수술만 잘하면 돌아가실까 봐 걱정하실 일은 없어요. 심지어 착한 암이라고 부를 정도예요.”
그제야 상체를 뒤로 젖히고 의자에 등을 기댄다.
4.
새로운 상황에 처했다 싶으면 뇌는 본능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려 든다. 감각 채널을 총 동원하는데 일단 눈부터 크게 뜨고 본다. 시각정보와 상관이 있든 말든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이다.
주위 정보를 받아들이는 경로 중에는 시각이 압도적인 1등이라서 그렇다. 정보량의 무려 8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동작이 상대에게는 무척 공격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정도가 약하면 놀란 토끼눈이고 심하면 눈을 부릅뜨고 화내는 표정처럼 느껴진다.
상대방이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하니 엉뚱한 소통을 시작하게 된다. 어설프게 토닥이거나 황당하게도 자기를 방어하려 든다.
5.
“아,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릴게요.”
내게는 너무도 익숙하고 대수롭지 않은 내용이지만 상대에게는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일 수 있다. 정보의 비대칭만 차분하게 해결하면 상대의 표정은 금방 편해진다.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한다. 반대로 상황을 잘 이해하기만 하면 아무리 큰 사건이라도 담담히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된다.
*3줄 요약
◯상대가 눈을 동그랗고 크게 뜬다면 공격이 아니라 정보가 부족하다는 신호다.
◯낯선 상황에 처하면 더 많은 시각정보를 얻기 위해 본능적으로 눈을 크게 뜬다.
◯위로보다 차분한 설명과 정보 제공이 상대의 불안을 없애는데 훨씬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