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3 <고수는 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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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는 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가>


1.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에게는 종목과 상관없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철저히 자신의 감정을 숨긴다.


일명 포커페이스다. 남들이 보면 지금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


류현진 투수는 만루홈런을 맞아도 금방 공을 받아서 묵묵히 다음 타자 초구를 던진다.


2.

감정을 숨기라는 말은 너무 흔하지만 정확한 설명은 듣기 어렵다. 기쁘거나 슬픈 상태에 빠지면 순식간에 이성적 판단력은 뒷전으로 밀려나니 조심하라는 의미다.


마음이 흔들리면 오랫동안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생존본능이 나를 통제하기 시작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조난당한 극한의 상황 속에 주인공 파이 내면에 숨어있던 호랑이 같은 본능이 튀어나온 장면이 여기 해당한다.


이제 모든 행동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목적만을 향한다. 차분히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따질 여유 따위는 없다.


파이가 오랜 표류 끝에 멕시코 해변에 도착해 목숨을 건지자 호랑이 본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훌쩍 사라져 버린다.


3.

“김교수, 우리 어머니 수술 좀 맡아줄 수 있겠어?”


아무리 유명한 대학병원 선생님도 자신의 가족을 직접 진료하지 않는다. 눈앞에 가족을 두고 감정의 선을 넘나들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냉철한 판단을 보장할 수 없으니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할 위험도 높아진다.


환자들은 의료진이 차갑게 굴면 서운해한다. 그분들은 오랜 시간 그렇게 멘털을 관리하도록 훈련받았고 매 순간 그런 모습을 보이려고 애쓴다. 정확한 판단으로 환자를 잘 고치기 위해서다.


냉철한 마인드와 친절한 소통을 겸비하면 제일 좋겠지만 그 정도 역량이 안 된다 싶으면 그래도 환자를 위해 이성을 우선시한다. 이런 마당에 의료진에게 “선생님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하고 물으면 오히려 감정적인 의견을 묻는 셈이 된다.


4.

인간인 이상 감정변화를 완전히 억누를 수는 없다. 그럼 중요한 선택의 순간 어떻게 이성적인 마인드를 유지할 수 있을까.


골프선수들의 행동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톱클래스 선수는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루틴을 똑같이 수행한 뒤 볼을 친다. 오른쪽 머리 한번 쓸어 넘기고 왼발을 바닥에 탁탁 두 번 친 후 클럽을 좌우로 세 번 흔들고는 그냥 휘두른다.


한마디로 로봇청소기 버튼을 누른 뒤 위이잉 저절로 움직이듯 내 몸을 기계적으로 작동시키는 모습이다. 머리나 마음이 개입할 틈도 없이 익숙해진 순서에 따라 몸이 반응한다.


이런 원리는 일상적인 대화에도 적용할 수 있다. 상대의 말에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하면 ‘아, 이러면 안 되지.’하며 나름의 루틴을 시작하라. 일단 상대방 말을 종이에 받아 적고 핵심키워드에 밑줄을 그은 뒤 차가운 물을 두 모금 마신 후 고개를 천천히 들어 차분히 질문을 던진다.


5.

세계적인 축구 수비수들 중에는 일부러 공격수를 자극하는 선수도 있다. 06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마테라치는 지단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가 박치기 공격을 당했다.


지단 같은 위대한 선수도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퇴장을 당했다. 마테라치는 온갖 비난을 들었지만 어쨌든 상대팀 에이스를 좇아냈고 결국 이탈리아는 우승을 차지한다.


당신 조직에도 이렇게 비겁한 사람들이 있다. 의도적으로 자극하여 실수를 유도하려는 생각이다. 흥분하여 상대의 뜻대로 움직이는 순간 당신에게도 치명적인 손해가 뒤따른다. 상황에 따라 분노 표출을 지연시키기라도 해 보자.


*3줄 요약

◯최고의 프로는 중요한 순간일수록 감정을 철저히 통제한다.

◯감정이 폭발하면 생존본능이 이성을 압도하기 시작하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루틴에 따라 기계적으로 행동하면 감정 개입을 차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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