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8
<당신 옆의 독재자를 다루는 법>
1.
“팀장님, 3자리 서류번호 맨 앞에 0을 붙이면 어떨까요. 직원들이 정리할 때 3226번과 322번을 자주 헷갈립니다.”
김대리가 오랜 고민 끝에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4자리 숫자에 맞춰서 0으로 시작하도록 적으면 혼동하지 않을 듯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냥 하던 대로 하세요. 다들 정신 차리고 제대로 하라고 하시고요.”
2.
김대리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자신이 월권을 했을까, 팀장님 기분을 상하게 할 만한 말투였을까. 아니다, 김대리는 아무 잘못이 없다. 팀장이 독재자일 가능성이 높다.
‘독재자’는 역사책에만 나오는 단어가 아니다. 당신 주위를 둘러보기만 해도 여기저기 꽤 많이 존재하고 있다.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 뜻만 관철시키려는 사람은 모두 일상 속의 독재자다.
또한 그는 남이 하는 말을 잘 듣지 않는다. 팩트를 제시하거나 논리적으로 설득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자신이 결정한 내용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면 그대로 끝이다.
이의제기는 고사하고 누구든 토를 달아서도 안 된다. 만일 반대의견을 말했다가는 뼈도 못 추릴 만큼 박살을 낸다.
3.
그의 독재는 개인적인 관계에서도 똑같이 벌어진다.
배우자가 “오늘 몸이 좀 피곤해서 쉬고 싶어.”하면 불같이 화를 내며 “무슨 소리야, 영화표 예매해 놓았으니 무조건 나와.” 윽박지르며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저는 이런 쪽으로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요.”
자녀가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하려 해도,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 너는 무조건 이 학과에 가야 해. 내 말이 맞으니 그렇게 하도록 해.”
상대의 생각, 감정 따위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의견 차이로 부딪치는 상황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 이 태도는 상대방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행위다.
4.
그렇다면 독재자의 말로는 어떻게 될까. 셰익스피어 작품에 나오는 ‘리처드 3세’를 살펴보자.
그는 원래 선천적으로 등이 굽고 팔이 가늘게 태어났다. 어느 날 회의 중 갑자기 자신의 팔을 내보이며 왕비와 쇼부인이 마법을 걸어서 이렇게 되었으니 대역죄라는 억지를 부린다.
이에 신하 헤이스팅스가 “만약 그들이 정말 그런 일을 저질렀다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답한다. 리처드 3세는 자신의 말에 감히 ‘만약(if)’이라는 단서를 붙였다며 현장에서 즉결처분으로 사형시킨다.
그는 결국 전쟁터에서 비참하게 죽는다. 그가 제거한 사람들의 망령이 꿈에 나타나 괴롭히고 믿었던 부하들은 모두 배신한다. 결국 타고 갈 말 한 마리가 없어서 전쟁 중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5.
이처럼 독재자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합리적인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고집불통이라는 점이다.
오직 자신의 의지만 관철시키려 드는 그 모습은 마치 광기처럼 느껴질 정도다.
독재자와 트러블이 생긴다고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라. 그들이 달라지기는 어렵다. 관계를 정리하거나 거리를 두는 방법이 최선이다.
*3줄 요약
◯독재자는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 뜻만 관철시키려 한다.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처럼 독재자의 끝에는 고립과 배신만 남는다.
◯독재자와의 갈등은 당신 잘못이 아니니 자책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