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3 <묻기 전에 말하지 않으면 솔직함이 아니다>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533

<묻기 전에 말하지 않으면 솔직함이 아니다>


1.

“일하다가 애매하거나 궁금한 점은 없으셨어요?”

“안 그래도 고민이 많았는데요. 제목 부분 원하시는 색상을 맞출 수가 없어서 일단 최대한 비슷하게 작업을 해봤어요.”


김대리 대답에 클라이언트는 황당한 기분이다. 그렇게 중요한 내용을 마음대로 처리하고는 왜 이토록 당당한가.


“제가 언제 거짓말했나요? 질문하셔서 있는 그대로 다 말씀드렸는데요?”


2.

물론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변수가 생기거나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특별한 순간을 어떤 자세로 대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고객님, 작업하다가 문제가 생겨서 연락드렸어요. 제목줄 컬러가 저희한테는 없는 색이네요.”

문제를 발견하는 즉시 알리고 의논하면 100점이다.


“저, 제목줄 컬러를 최대한 맞춰보려고 3가지 후보를 준비해 봤어요. 검토 좀 해주셔요.”

먼저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면 90점은 된다.


김대리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다가 상대가 질문을 하고 나서야 이실직고를 했다. 80점? 70점? 아니다, 고객은 마이너스 백만 점으로 생각한다. ‘어디 또 마음대로 작업해 놓은 곳은 없는지 모르겠네.’


3.

“억울하네요, 숨김없이 솔직하게 전부 설명했는데 그렇게 잘못했다고 하시니...”


거꾸로 묻고 싶다. 상대방이 묻지 않았어도 과연 그 사실을 말했을까. 어쩌면 상대가 눈치채지 못한 채 넘어가 주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김대리는 자신이 솔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정반대로 느낀다. 문제가 될 만한 사실은 언제든 은근슬쩍 넘어가려 하는 사람 정도로 기억한다.


그렇게 한 순간에 신뢰가 무너져 내린다. 이제 나머지 업무 전체에 대해서도 의혹이 생기기 시작한다.


4.

같은 내용이라도 말하는 타이밍에 따라 무게감과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말하는 입장에서는 정확하게 사실만 전달했으니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핵심은 그 내용이 옳은지 그른지가 아니다. 그 사실을 먼저 꺼내려했는지 조용히 넘어가길 기다렸는지 그 미묘한 태도의 차이가 중요하다.


“여보, 어제 사무실 회식은 잘 마쳤어?”

“다른 직원들 약속 있다고 다 빠지는 바람에 민대리하고 둘이 술 마셨어."


와이프는 유부남인 줄 뻔히 알면서도 남편에게 애교 부리는 민대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신경 쓰는 줄 알았으면 그런 자리를 만들지 말든가, 피치 못할 상황이었으면 먼저 말해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묻기 전까지 침묵으로 일관한 모습에 의혹의 눈초리만 커져 간다.


5.

사실 관계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낼 마음이 있어도, 가능하면 숨기고 싶어 하는 회피본능이 함께 있을 수 있다.


속일 마음까지는 없지만 먼저 꺼내고 싶지도 않은 그 미묘한 태도가 문제다. 진실을 왜곡하지는 않겠지만 드러나지 않게 막아볼 의지는 있다는 뜻으로 비친다.


결국 신뢰에는 ‘무엇을’ 말했는지 못지않게 ‘언제’ 말을 꺼냈는지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묻지 않아도 스스로 공개하는 모습을 보여야 상대는 비로소 투명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진다.


*3줄 요약

◯사실을 말하더라도 어느 시점에 어떻게 꺼내는지에 따라 솔직함의 판단이 달라진다.

◯묻기 전까지 침묵을 지킨다면 거짓이 아니어도 상대는 은폐하려는 시도처럼 느낀다.

◯남에게 신뢰를 주려면 투명한 정보 외에 먼저 입을 여는 용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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