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4 <지적 친절이 무례가 되는 순간>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534

<지적 친절이 무례가 되는 순간>


1.

“제가 언제 가르쳐 달라고 했나요? 왜 잘난 척하세요?”


나는 한때 동네반장 권반장으로 통했다. 아는 지인들은 물론이고 SNS 이웃의 포스팅을 볼 때조차 온갖 정보를 전했다.


물론 대다수는 나의 조언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전부 나 같지는 않았다.


2.

원래 조언에 대해서는 조심하며 살았다. 충고하는 말은 상대의 생각이나 행동을 평가한 뒤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자연스럽게 상대방은 평가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섣불리 건네면 곤란하다.

나는 조언과 달리 순수한 정보 전달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의 착각이었다. 객관적인 내용 역시 일종의 조언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상대는 그 모든 말을 일종의 ‘지적 친절’로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판단력에 대해 도움을 주든, 몰랐던 부분을 알려주든 모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과정에 속한다.


이때 갈등이 생기기 쉽다. 사람들은 지적인 부분이 관계된다 싶을 때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3.

많은 이들이 큰 바위가 무거워서 들지 못하는 상황은 의외로 쿨하게 받아들인다. 대신 어떤 지식을 모르거나 결정을 잘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기분이 나쁘다. 지적 능력이나 판단력은 곧 자아와 연결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도 이 내용을 언급한 적이 있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아는 것은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라는 문장이다.


핵심은 ‘모른다는 사실’에 있다. 누구나 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그토록 어렵다는 뜻이다.


만약 당신이 남에게 ‘지적 친절’을 베풀 만큼 선한 마음과 좋은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아직 확인해야 할 절차가 남았다. ‘상대방은 과연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지식의 빛을 원하고 있는가.’


4.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보면 어디가 문제인지 한눈에 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고 있을 때가 많다. 자신의 세계 속에서 이미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이에 대한 유명한 연구가 있다. 심리학자 더닝과 크루거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독해력, 운전, 체스, 공부 등 여러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반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뛰어난 사람은 자신에게 쉬우면 남들에게도 쉬울 거라 여길 때가 많다. 게다가 늘 배움에 목마르다 보니 자신의 부족함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한마디로 그때의 나는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지도 못한 채 그 얄팍한 지식을 어떻게든 남에게 뽐내고 싶어 했던 셈이다.


5.

“자기를 위해서 좋은 말을 해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죠, 어디서 성질을 부립니까?”


만약 아직도 이런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면 당신은 공부를 조금 더 해야 한다. 어쩌면 당신은 자신이 완벽하다는 착각에 빠져 오만한 행동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상대를 위해 유용한 내용을 전할 수도 있다. 그때는 상대방 의향부터 먼저 물은 뒤, 겸손한 자세로 사실관계만 간단히 전하면 좋겠다. 진짜 친절은 나의 선한 의도보다 상대가 받고 싶은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에서 완성된다.


*3줄 요약

◯지식을 나누는 친절도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오히려 모욕이 될 수 있다.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더 완벽하다고 느낀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지적 친절을 베풀고 싶다면 선한 의도보다 상대가 원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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