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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동과 나는 엄연히 별개다>
1.
“아까 알바생한테 한 행동은 좀 무례해 보이더라.”
“아, 그랬어? 다음에는 조심해야겠네.”
K는 남에게 어떤 말을 들어도 늘 태연하게 받아들인다.
덕분에 다들 마음 편하게 그의 사소한 실수까지 바로바로 알려준다.
2.
“이런 말에 기분 나빠할까 봐 걱정했는데 너무 아무렇지 않게 들으니 놀랬어.”
“내가 기분 나쁠 일이 뭐 있겠어. 내가 한 행동하고 나는 별개인데 뭘.”
대단한 마인드셋이다.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이 자기 객관화를 잘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인격과 나에 딸린 부록을 헷갈릴 때가 많다. 머리모양이나 피부색깔, 목소리나 행동 같은 요소들이 감히 나의 인격과 존엄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과거에 한 행동은 이미 내 손을 떠났다. 그 자체로 이미 화석이 되어 버렸다. 지나간 일은 제3자의 눈으로 편하게 꺼내 이야기하면 그만이다.
3.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가정이나 학교에서 그 인격 자체를 존중하는 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적이나 행동으로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있다.
“오, 이번에 정말 열심히 노력했구나.”
“넌 정말 똑똑해.”
남을 칭찬할 때도 구체적인 모습을 거론하면 좋다. 똑똑한 아이, 착한 아이라는 표현으로 인격에 꼬리표를 붙이면 듣는 입장에서는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사실 나는 그렇게 똑똑하지 않은데. 이번 시험에 찍은 문제가 많이 맞았을 뿐인데.’
하물며 꾸중할 때는 어떻겠는가. 방정리를 안 했다고 해서 게으른 아이로 낙인찍는 순간 그는 행동이 아닌 존재 자체에 대한 공격을 받았다고 느낀다. 방정리 약속을 왜 어겼느냐고 말한 뒤 그에 따른 책임만 지우고 끝내야 한다.
4.
이런 사고방식이 굳어지면 점점 그 범위가 넓어진다. 어느새 자신의 차나 자녀의 스펙까지도 모두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게 된다.
좋은 차를 타고 남의 이목을 끌면 자기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된 듯이 우쭐한다.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가면 마치 본인이 합격한 듯 목에 힘이 들어간다.
정작 자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는 이미 잊었다. 자신의 가치를 외부 장식품에서 찾다 보니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의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자신의 가치를 내면에서 찾는 사람은 바람이 불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남의 피드백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흡수하며 즉시 고친다. 성장의 기회도 점점 많아진다.
5.
“이 사과 빨간색이 약간 이상한데?”
“네가 가져온 이 사과 색깔이 좀 이상한데?”
둘 다 똑같은 말이다. 혹시 ‘너’라는 말이 들어갔을 때 괜히 기분 나빠지지는 않았는가.
주어는 당신이 아닌 ‘사과’다. ‘이 사과에 대해 불평을 하다니, 지금 나 들으라고 돌려서 말하는 거지?’ 상대가 사과를 두고 한 말이라면 사과에 대해서만 답하면 된다.
*3줄 요약
◯지나간 나의 행동은 이미 화석이 되었으니 내 인격과는 별개다.
◯자기 객관화가 잘되면 남의 피드백을 편하게 흡수하니 성장의 기회도 많아진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외부에서 찾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