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8 <가끔은 공감이 독이 될 때도 있다>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548

<가끔은 공감이 독이 될 때도 있다>


1.

“얘들아, 내 이야기 좀 들어봐. 아니 글쎄 어제 회사에서 말이야...”


술자리에서 한 친구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울분을 토로한다. 동료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바람에 큰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가만히 듣다 보니 어딘가 이상하다. ‘그 동료가 아니라 네가 문제인데?’


2.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옳은 말만 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저런 내용에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다. 친구보다 상대편에게 더 마음이 쓰일 정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사이에 찬물 끼얹는 발언을 할만한 용기는 없다. “어휴, 정말 황당했겠다. 그 사람은 도대체 왜 그런 거지?”


편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마음 한편이 무겁다. 내 양심에 걸리는 부분은 둘째 치고, 내가 아끼는 저 친구가 어디 가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할까 봐 더 두렵다.


‘조금 불편해하더라도 솔직한 의견을 전했어야 할까. 에이, 아니다. 먼저 조언해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괜히 나섰다가 욕먹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자.’


3.

언제나 자기 입장에 서서 지지해 줄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 그런 말도 거리낌 없이 꺼냈으리라. 그렇게 끈끈한 사이일수록 위로와 공감은 더 중요한 덕목이다.


문제는 그다음부터 시작된다. 당신이 무심코 고개를 끄덕여 줄 때마다 그 친구의 자기 확신은 점점 강해진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믿음으로 듣기 좋은 말만 건넸지만 상대에게 예기치 않은 효과를 전하게 된다.

‘거봐, 내 말이 맞지. 다들 그 사람이 이상하다고 하잖아. 내 생각은 언제나 합리적이라니까.’


4.

“친한 사이라서 하는 말 다 들어주고 공감해 주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요?”


언젠가 그 사람이 큰 낭패를 겪어도 마음 쓰이지 않을 관계라면 괜찮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든 당신의 염려를 조심스럽게 전할 방법을 고민해 보자.


“난 네 생각과 달라. 그 일은 분명 네가 잘못했어. 너 때문에 그 동료가 얼마나 고생할지 안 봐도 비디오네.”

꼭 그렇게 모진 말로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런데 그분은 왜 그렇게 하셨을까? 혹시 다른 이유는 없었는지 여쭤보기는 했어?” 슬쩍 질문을 던지는 방법도 괜찮다.


5.

꼭 친구의 편을 들거나 바로 잡으려 애쓰지 말라. 그저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슬쩍 흔들어주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 정도 성의를 보였는데도 눈치채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친분이 깊은 사이라 하더라도 당신에게 주위 모든 사람을 구조할 의무는 없다.


이제 당신 스스로를 한 번 돌아볼 차례다.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을 정도로 억울한 마음이 들면 정말 자신이 옳은지부터 먼저 확인하자.


*3줄 요약

◯틀린 말에도 무조건 공감해 주면 잘못된 확신만 키워준다.

◯모진 말 대신 슬쩍 다른 시각의 질문 하나면 충분하다.

◯남을 비난하기 전에 정말 내 판단이 옳은지부터 점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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