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2 <소통의 핵심은 테크닉이 아닌 상대에~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1552

<소통의 핵심은 테크닉이 아닌 상대에 대한 애정>


1.

“저는 소통 능력이 너무 부족해요. 설득이나 설명을 하려고 해도 잘 안 돼요.”


서점으로 달려가 ‘소통’ 글자가 들어간 책을 닥치는 대로 구입하여 밑줄 쫙 그으며 열심히 읽는다.


새벽 2시에 책을 덮었다. 이제 소통의 모든 스킬을 다 익혔다. 하지만 다음날 출근하고 나면 평소와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왜 그럴까.


2.

소통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바로 이 부분이다. 듣는 순간 바로 혹하게 하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말 잘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말을 모조리 외우려 든다. 유명한 강사들이 쓴 책의 내용대로 똑같이 말하려고 애쓴다.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내가 레지던트 근무를 할 때 뇌졸중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가 있었다. 몇 가지 테스트만으로도 뇌졸중이라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증상이 너무 가벼워서 탈이었다. 버럭 하며 집에 가겠다고 소란을 피웠다.


“환자분, 지금 이대로 가시면 같이 오신 어린 딸 결혼식도 못 보실 수 있어요. 딱 3일만 입원하시고 정말 아무 문제없으면 제가 입원비 다 물어드릴게요.”


그날 밤부터 급속도로 악화되어 다음날 중환자실에 들어가셨다가 극적으로 살아나셨다.


3.

“선생님이 의사예요? 제 말 안 들으려면 뭐 하러 응급실 오셨어요. 그렇게 고집부리시려면 여기 서류에 사인하고 퇴원하세요. 나중에 저한테 뭐라고 하지나 마세요.”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환자분 마음을 돌릴 수 있었을까. 의료진은 마음이 편할까.


그 말에서 부족한 부분은 화려한 화법이나 설득 기술이 아니다. 테크닉이 없는 말을 했다고 환자가 화를 낼 리 없다.


내가 건넨 말은 특별하지도 않은 평범한 한마디였을 뿐이다. 다만 나는 그 환자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 말이 통하지 않았다면 아마 다른 대사를 또 꺼냈을 것이다. 될 때까지.


4.

“아무리 애정이 넘치면 뭐해요, 상대방이 들을 마음이 없는데요.”


그럴 때도 있다. 세계 제일의 소통대가가 나타나도 절대 말이 안 통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 소통이 안 된다고 투덜거리는 경우의 상당수는 우리 마음대로 ‘합리적인 포기’를 선택한 상황이 아닐까.


같은 말을 두 번 했는데 잘 안 되면 ‘나는 할 만큼 했다.’라며 스스로 결론지어 버린다. 상대가 내 말에 눈살을 찌푸리면 ‘저 사람은 대화할 가치가 없어.’ 마음의 문도 닫아 버린다.


5.

갓난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이 상황을 쉽게 이해한다. “어디가 불편한데? 말을 해야 알지.” 그렇게 나오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


차이는 단 하나다. 초보인 엄마 아빠는 소통에 대한 기술도 부족하다. 오직 아이를 향한 애정 하나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답을 찾아낸다.


소통법 책을 한 권 더 읽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그 사람에게 진짜로 관심과 애정이 있는가.


*3줄 요약

◯소통의 핵심은 상대를 향한 애정과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

◯설득할 때 멋진 화법보다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더 효과적이다.

◯소통법에 대한 고민에 앞서, 지금 그 사람에게 진짜 관심이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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