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故) 안영재 성악가님의 사연을 접하고 나서

by 죠세핀

요즘은 스레드가 대세라고 하나.

개인적으로도 인스타그램보다는 스레드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파도타기를 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누군가의 스레드에서 고(故) 안영재 님의 사연을 접했다. 안영재 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언급하며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최근 한 이탈리아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의 삶은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다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지? 안영재?


검색해 보니 이럴 수가…

정말 너무너무 비통했다..


K 클래식이다, 클래식 최강국이다.라고 할 정도로 한국출신의 정말 뛰어난 실력의 클래식 음악가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왜 이렇게 부끄럽고 창피하고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소프트웨어는 세계최강인데 하드웨어가 안 따라준다.”

라는 말을 혹시 들어보셨는가.


국가적 차원에서의 제도나 사회적 인식 등이 연주자들의 기량과 명성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한국에 있을 때 어떤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클래식 위상을 높인 건 국가도 아니요, 연주자들 개개인이 고군분투하여 일궈낸 결과라고. 그리고 정말 황당한 건 그다음 이야기인데,

막상 연주자들이 세계적인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여 일약 스타덤에 오르면 그때부턴 그전에 안 보이던 정치가나 사업가 등이 달라붙는다는 것이다. 임윤찬 피아니스트도 이 점을 인터뷰에서 꼬집었던 것 같다.


요즘 내가 일하는 오페라단에서는 중국 초연 작품의 무대 리허설이 한창이다.
‘스테이지 리허설’이라 하면, 모든 음악을 외운 뒤 본격적으로 무대에 올라가기 전, 주·조연 성악가들과 합창, 지휘자, 연출가가 함께 연기와 동작을 실제 공연처럼 맞춰보는 과정을 말한다. 초연 작품이다 보니,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순간들의 연속인데 계단을 타고 난간 위로 올라가 약간의 율동을 해야 하는 한 씬 (scene, 장면)에서 며칠 전 고(故) 안영재 님의 소식을 접하고 나서인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뿐 아니라 함께 오르는 동료들 모두가 서로를 향해 “조심하자”는 말을 반복했다.

휴식 시간에 나는 미국인 동료에게 그 사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며칠 전에 한국 뉴스를 봤는데, 너무 화가 나고 슬퍼서…여기(미국)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 말을 들은 동료는 함께 분노하고, 안타까워했다. 너무 말이 안 된다는 표정과 리액션을 보이며.

“그런 경우라면, 아무리 성악가가 프리랜서라 해도 일터에서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오페라단이 책임을 져야지.”


물론 내가 일하는 곳이 미국 내에서도 큰 규모의 오페라단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고 안영재 님의 사고 역시 한국의 대표 공연장 중 하나인 세종문화회관에서 일어난 일로 알고 있다.


나도 뉴스에서 보도된 내용만 알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나는 모른다.

그렇지만 여전히 ‘돈의 힘이 사람의 생명보다 강하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예술이라는, 인간의 가장 고귀한 영역에서조차 그런 현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듯해 마음이 아프다.


‘무전무죄, 무전유죄’. 옛말이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사고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대응과 책임인 것을, 우리나라는 부끄럽지만 아직 후진국이다.

음악 수준은 최강국. 그러나 그를 뒷받침해 주는 제도나 정책은 후진국.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신 고 안영재 님의 명복을 빕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1024160800704

*더불어 임윤찬 피아니스트 인터뷰 관련, 정재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중앙일보 오피니언 기사를 첨부합니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6579




작가의 이전글Honorari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