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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프리랜서 Feb 12. 2024

#17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고찰

많이 벌어도 바뀌는 건 없더라.(뻘글)


어느덧 서른아홉…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고 보니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참 많이도 겪은 것 같다.

어릴 때 집이 망해보기도 하고, 그로 인해 일찍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다양한 사회경험을 해보기도 했고 다양한 나라를 여행해 봤으며

현재는 회사원이 아닌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튜브와 브런치 작가 도전도 빼놓으면 섭섭하겠다.

다양한 일과 경험, 그리고 도전을 많이 하며 살아오다 보니

거기에서 딸려 나오는 경험들도 자연스럽게 많이 생겨났다.


나는 생각보다 멍청하다.


아니. 멍청했다.

지식의 깊이도 얕고 공부를 썩 잘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내가 관심 있어하는 사람이나 관심 있는 분야에 관련된 사람이 아니고서는

남들 인생에 별로 관심이 없고 무언가를 깊이 파고드는데 적합한 성격도 아니다.

심지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나름 잘 해내고 있기는 하지만 스스로를 소름 끼치게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스스로의 기준이 높은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나조차도 인생을 살아가다 보니 깨달은 게 몇 가지 있다.


어쩔 수 없이 밑바닥 인생, 평생 을로 살 수밖에 없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아닐 수도 있겠더라.

내가 우러러보며 대단하다고 느꼈던 사람들도 결국에는 나와 똑같이 먹고 싸는 인간이고,

나와 별반 다르지 안 다라는 걸 서서히 느끼기 시작했다.

딱히 정확하게 언제 그런 걸 느꼈냐고 말하기는 사실 좀 애매하다.

이걸 영화나 티비 드라마에서 느꼈을 수도 있고 내가 인생을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겪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 오히려 나의 자존감이 더 올라가고,

도저히 구제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현생이라는 것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만 하면 너무 뜬구름 잡는 것 같아서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우리 사회만 봐도 딱히 능력은 없지만 회사에서 한 자리 꿰차고 앉아서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사람들 생각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들이 과연 실력만으로 그 자리에 올라갔을까?

실력이 남들보다 못해도 사내정치를 잘해서 위로 올라갔거나.

아니면 애초에 출발선이 다른 사람들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많은 걸 갖고 태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


출발선이 다르다는 건 그 사람의 인생에서 생각보다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갖고 태어나도 그걸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게 중에는 지식이나 체력적인 부분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만

눈에 드러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본인 능력보다 과대평가된 삶을 살면서

그 이상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닫는 건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조금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느낄 수 있다.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많이 만나게 된다.


디자인이 유치원생만도 못하다며 디자이너 맞냐고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있었고(물론 이런 사람은 드물다)

다짜고짜 얼마나 버는지 물어보는 어느 회사의 몰상식한 대표도 있었다.

반면에 그 자리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사람도 물론 있었지만…

위의 두 케이스와 같이.. 저런 식으로 상대방이 시작부터 무례한 경우 대부분 결과물도 좋게 나오질 않는다.

심지어 연봉을 물어봤던 회사는 도저히 프로젝트를 못하겠어서 50퍼센트 이상 진행했던 프로젝트였지만

계약금도 받지 않은 상태로 내가 그만하겠다고 말하고 결국 싸우고 중단해 버렸다.

프로젝트를 도중에 그만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건 추후 별도 에피소드로 풀어보려고 한다)


민주주의라는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사실 현실에서도 옛날의 계급사회와 같이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다라는걸 깨닫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아파트 사는 친구와 아닌 친구를 구분하는 풍토까지 생겨났다고 하는데..)

결국 그 계급에 순응하고 현재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느냐.

아니면 어떻게든 한 단계 더 위로 올라가는 성취를 이뤄내느냐.

혹은 이루지 못해 좌절하느냐. 의 선택일 것 같다.


그렇지만 요즘 같은 사회에서는 그 계급에 순응하고 적당하게 행복을 누리며 살아간다 하더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무한경쟁 사회에서 남들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가만히 있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발전하며 위로 올라가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럼 결국 평생 을로써 살아가게 될 수밖에 없다.

요즘말로 가만히 있다가 벼락거지가 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유난히 한국사회가 남들과 비교하는 문화가 좀 더 팽배해서 생기는 문제 같기도 하다.


프리랜서를 시작하면서 조금은 위로 올라갔다고 생각했다.


가끔은 돈을 주고 일을 맡기는 갑의 입장이 되기도 했고,

내 기준 회사 다닐 때와 비교해서 엄청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정말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생각이었다.


근로소득은 올라갔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을의 위치에서 회사(갑)의 일을 받아 일을 하고 있으며

여전히 월세를 살고 있으며 ( 현재는 대출받아 전세로 옮겼다 )

자본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제작 단가는 코로나 이전보다 꽤나 내려갔다.


프리랜서로 한 단계 위로 올라왔다면 그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서 이제 해야 할 일은

회사를 차리고 직원을 고용하는 게 다음 스텝이겠지만..

성격상 그건 어려울 것 같다.

일단 직원을 뽑는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을 책임진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매달 일이 없어도 월급을 줘야 되다는 생각이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게다가 가끔씩 일이 없으면 여행도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차선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보다 자산을 늘리고 또 다른 소득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것.

취미가 돈벌이가 되기도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보니

지금 현재 이렇게 브런치를 하는 것도 언젠가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실상 마흔에는 내 집마련을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코로나시국을 지나오다 보니 어느새 내년이면 마흔이더라.

그래서 그 목표는 좀 더 뒤로 미뤄 두고 유튜브든 브런치든 투자든 계속해서 도전해 볼 생각이다.

(2022년에는 큰 맘 먹고 스리랑카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물론 주식투자는 한 번 호되게 말아먹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는 좀 더 안전하게 다양한 회사에 투자해 볼 생각이다.


그런데...글을 마무리하며 드는 생각은...

내 집 마련이 되었다한들..돈을 많이 벌어놓았다고 한들..

그 때는 그 상황에 맞는 또 다른 고민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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