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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프리랜서 Feb 12. 2024

#16 코로나 이후의 삶 EP.03

세 번째 변화. 주식 투자를 시작하다.

동학개미운동.

2030 세대들의 주식열풍.


코로나가 유행처럼 번지던 2020년 6월.

주식의 주 자도 모르던 내가 어느 날 뉴스에 뜬 기사의 제목이다.

아무 생각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생전 처음 스마트폰에 주식어플을 깔고 한 10만 원 정도를 입금했고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하기 직전까지 갔다.

그 당시 삼성전자 주가가 5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쉽사리 눌려지지 않던 매수 버튼…

그렇게 그냥 주식계좌에 돈만 넣어두고 그로부터 약 반년 동안 어플을 열어보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 해 10월.

이사라는 큰 일을 치렀고 그로 인해 통장 잔고는 바닥이 보일 지경이었다.

보증금은 물론 풀옵션 오피스텔에서 빌라로 가다 보니 세탁기며 냉장고며 가구까지 싹 다 바꿔서 갔기 때문에 남아있는 돈이 없었다.


그때 당시 통장 잔고 50만 원..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사 직후 일거리가 몰리기 시작했고 11월부터 1월까지 약 3개월 동안 미친 듯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오죽했으면 2020년 1~9월까지의 수입을 다 합친 금액과 10~12월의 수입이 비등비등할 정도였으니..

코로나로 인해 수입이 줄기는 했지만 막판 뒤집기를 통해 그래도 어느 정도 연평균 수입 그나마 가까이 맞추기는 했다.


그렇게 새해가 밝은 2021년 1월.


2차 주식 열풍이 일어난 건지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갑자기 작년에 만들어둔 한투증권어플이 생각나서 들어가 봤다.

삼성전자 주가를 보니 7만 원대를 왔다 갔다 하더라.

아… 그때 살걸…

그렇게 그때부터 껄무새가 되었나 보다.


이번엔 고민보다 고를 택했다.


국민은행을 주거래로 이용하다 보니 kb증권 앱을 새로 깔고 100만 원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그냥 친구가 어떤 주식이 좋다 하면 그냥 그걸로 샀다.

그런데 한 주에 몇 만 원, 십만 원이 넘어가는 주식을 몇 개 사다 보니 예수금은 금방 줄어들었고…

주식을 더 사기 위해서 돈을 추가로 계속 넣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추매를 하기 시작했고..


결국 물렸다.


그런데 그래 봤자 -10프로 정도였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귀여운 수준의 마이너스였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불안하여도 초조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그렇게 국내 주식을 구입하면서 시작했던 나의 투자는 결국 미국 주식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고

미국 주식을 통해 일생일대의 큰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


바로 밈 주식 열풍에 동참하게 된 것.


아마 미국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거다.

바로 게임스탑.

2020년 1월 밈 주식 열풍의 대장으로 불리던 이 주식은 2019년 말에는 10불도 안 하던 주식이

2020년 1월 중순부터 서서히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결국 1월 28일 장중 480불이라는 놀라운 주가를 찍으며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럼 내가 이 주식을 샀냐고?


놉. 그건 아니다.

그 당시 이 밈 주식 열풍을 주도하던 건 단연코 게임스탑이었고 그 외에 몇 가지 주식이 더 있었다.

바로 AMC, BBBY, KOSS 등이 있었는데 이 중에서 나는

AMC 주식을 매수했다.


사실 게임스탑이라는 주식에 대해 알게 된 것도 AMC 주식을 매수하면서부터였다.

(진작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말이다)

AMC 주식을 매수하게 된 계기는 사실 별거 없었다.

나는 원래 영화를 좋아하고 또 영화관에 가서 영화 보는 걸 즐겼던 사람이다.

코시국에도 CGV VIP를 유지할 정도로 영화 보는데 진심이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CGV 주식에 관심이 갔다.

아마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주가가 올라가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CGV종토방을 들여다봤는데

종토방에 누군가가 남긴 글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너희는 이 좁은 물에서 놀아라, 나는 AMC로 1억을 넣어서 2억 벌고 나왔다”


2억? 정확히 수익이 2억인 건지 1억 넣고 1억을 벌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후자의 경우라도

100%의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이니 당장 AMC가 어떤 주식인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찾아보니 CGV처럼 미국의 영화관 체인이었고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영화관 체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차트를 보니 게임스탑처럼 2~3불 대에 머물던 주식이 이미 전날 20불까지 치솟았었다.


이 당시만 해도 주식 시작한 지 채 한 달도 안 되었을 때였고 친구에게 말했더니

곧 폭등할 거라며 매수하자고 했다.

하지만 워낙 조심성이 많은 성격 때문에 많이 사지는 못했고 20불을 찍은 다음날

그 당시 주가 10불대를 왔다 갔다 하고 있어서 10불에 소액을 매입했다.

그렇게 주식을 매입하고 잠시 일을 하고 자기 전에 다시 한번 들여다보니

순식간에 주가가 9,8,7,6까지 내려가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원래 미국 주식은 등락이 이렇게 심한 걸까?

(국장은 일일 상하한가 30% 리미트가 있지만 미국 주식은 없다)


그래.. 어차피 소액만 넣어놨으니 잃어도 얼마 안 되니까 그냥 잠이나 자자.

하고 잠들었고 다음날 밤 11:30분 미국 장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런데 떨어졌던 주가가 그새 다시 회복되었고 그날 다시 13,14,15 불을 찍기 시작했다.

드디어 오르는구나. 나 이제 부자 되는구나.

이때다 싶어 주식을 더 매입했고 평균 매입단가가 10불에서 13불로 올라갔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 날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계속 위로 쏠 줄만 알았던 주식이 매일매일 곤두박질치더니

열흘도 안되어서 5불대까지 주가가 내려갔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에이 여기가 바닥이겠지 생각하며 조금씩 추매 하며

매입 단가를 낮췄는데도 불구하고 -50퍼센트가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주식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제서야 이 주식이 왜 이런 롤러코스터와 같은

등락을 보여주는지 알아보기 시작했고 이 주식이 밈 주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소위 말해 밈 주식이란 미국의 레딧과 월스트리트인베라는 커뮤니티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핫해진 주식으로 사람들의 매수세가 몰려 주가가 떡상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게임스탑과 AMC 같은 주식이 핫해진 이유는 바로 둘 다 코로나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업종 중의 하나였고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매출 때문에 회사 운영이 힘들어질 정도인 상태에서

공매도를 때려 맞은 것이다.


회사 실적이 좋지 못하다 보니 헷지펀드들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었고 회사의 주가를 떨어트려

차익을 얻거나 정말 심한 경우에는 회사가 파산을 해서 상장폐지당할 수도 있는데 만일 상폐를 당할 경우

차입한 주식을 갚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공매도는 더 큰돈을 벌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국 개미들은 우리의 어릴 적 추억이 가득한 이 회사들을 살리자는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개미들이 엄청나게 이 주식들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공매도 친 펀드회사는 본인들이 공매 친 회사의 주가가 떨어져야 낮은 주가에 주식을

다시 매입해 갚으면서 차액으로 인한 이익실현을 해야 하는데 개미들이 달라붙어 주식을 자꾸 매입해

매수세가 강해지다 보니 주가가 떨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버티거나 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21년 1월 27일 밈주식들이 일제히 하루 만에 큰 상승을 했고...


나는 바로 그다음 날부터 매수를 시작해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 주가를 바라봤던 것이다.


그런데 다시 또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떨어지기만 하던 주식이 그 해 5월부터 점점 오르기 시작하더니..

12불.. 15불.. 20불.. 30불.. 점점 더 가파르게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21년 6월 2일.


전날 30불까지 치솟았던 주식이 다음 날 하루 만에 100%가 올라 장 중 72불을 찍더니 결국 60불에 장을 마감했다.

그 당시 평균단가 9달러였던 나는 그때만 해도 금방 부자가 될 줄 알았다.

주식에 입문한 지 채 1년도 안되어서 수백 배의 수익을 보았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헷지펀드회사들이 공매도친 주식을 아직 다 갚지 않았다면서

전부 커버링 하면 결국 숏스퀴즈가 날 거라고 생각했고 모두들 몇백 불, 몇천 불까지

올라갈 거라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하지만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고 했던가…


그 후 주가는 더 이상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엄청나게 오르락내리락하더니

그 해 10월까지 주가는 29불이 되었다가 다시 50불이 되더니

11월 오미크론이 유행하면서부터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 주가는

금리인상 이슈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참혹할 수준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2022년 6월 9일) 주가는 약 13~14불대 수준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2022년 6월까지 써 내려간 글이었다.


그로부터 1년 하고도 6개월이 더 흐른 현재... (2024년 2월)


더 이상 글을 미룰 수 없을 것 같아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현재 상황은… 사실상 더 최악으로 치닫는 중이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23년 1월.

60불까지 올라갔던 주가는 4달러까지 떨어지며 결국 나조차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었고.

그 해 8월 말 즈음되었을 때는

1:10 병합 이슈와 그 이후 수 차례 유상증자의 여파로

그때의 주가에서 다시 90프로 이상 급락했다.

6달러에서 병합 발표 후 주가는 며칠 만에 1달러대까지 미끄러지며 결국 주가는 1/10토막이 나며

10개를 1개로 합쳤음에도 불구하고 14달러에서 병합되었다. 그 이후 유상증자가 반복되며 그 주가는 합치기 전의 주가인

4달러로 다시 회귀되었다.


한 마디로 그 주식에 투자한 모두가 -90퍼센트가 된 희대의 사건이다.


글 업데이트가 늦어졌던 이유는 사실 이 코로나 이후의 변화된 삶의 시리즈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주가가 계속 떨어지기만 하다 보니 스스로 창피하기도 했고

6배~7배의 수익을 봤을 때 매도하지 못하고 현재 마이너스 90프로가 되었다는 사실에

살기 싫어질 정도로 우울해질 뻔도 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작년 한 해 번돈 중의 일부를 물을 타보기도 했지만

주가는 현재진행형으로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다.

물론 마이너스 9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사실 -80이나 -90이나 도긴개긴이다.


지금까지 너무 안 좋은 일들만 얘기했지만 그래도 나름 장점도 있었다.


2022년도에 약 2배의 수익률로 일부를 정리하기도 했고

이제는 단순히 주식투자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3년 동안 가지고 있으면서 이제는 매우 애증이 되어버린 주식이지만

그래도 잠시 한 때나마 이 주식 덕분에 한강뷰 아파트라는 꿈을 꾸기도 했으니까..


이 글을 마무리하기까지 사실 굉장히 망설였다.

내가 한건 투자가 아닌 명백한 도박이었고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모든 주식투자가 도박처럼 비칠 수도..)

그 사실이 딱히 자랑스럽지도 않은데다 결과마저 비참했으니까.

다만 3년 동안 지나온 과거를 그냥 기억 속에 묻어두기보다는

이렇게나마 글로 남김으로써 똑같은 실수를 하지 말자는 각오쯤으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이라는 시간 동안의 공백을

이 글을 시작으로 다시 연재를 시작해 볼 생각이다.

막힘없이 술술 써 내려가는 글처럼

나를 포함 모두가 2024년 갑진년도

술술 잘 풀리는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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