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두부가 좋다

by 티아

“나는 초두부가 좋다.” ……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비위가 약하지 않고 가리는 음식도 거의 없는 편인데도, 초두부 탕이 끓는 냄새에는 여간 익숙해지지가 않아서 멀리서 쿰쿰한 냄새가 풍겨오면 딱밤 한 대 맞은 것처럼 깜짝 놀라 숨을 멈추고 잰걸음을 걷곤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건 내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내 돈 주고 초두부를 사 먹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초두부로 향하는 길 1단계 : 대만 두부가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다

대만에는 두부 요리가 많다. 식당에 가서 사람들이 무얼 먹는지 쓱 훑어보면 테이블마다 두부 반찬이 올라와 있는 것이 보일 정도다. 말린 두부를 볶아 먹기도 하고 연두부에 소스를 뿌려 먹기도 하고 ‘또우화’처럼 디저트로 먹기도 하고 튀겨 먹기도 한다. 대체로 맛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주 메뉴만으로 약간 아쉬울 때 반찬으로 추가해서 먹기 딱 좋다. 그걸 경험하게 해준 집이 신베이터우의 라멘 가게 ‘만라이라멘’이었다. 때는 신베이터우에서 반 달 살기가 끝나가던 무렵으로 떠나기 전에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며 ‘만라이라멘’에 들어갔다. 온천물로 라멘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해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라 일부러 저녁 8시쯤 늦은 시간에 찾았다. 작은 2인용 테이블에 앉아 매운맛 라멘을 주문하는데, 주문받는 분이 튀긴 두부를 추천하셨다. ‘그게 뭐지?’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옆자리 커플 손님이 자신들 테이블에 있는 두부 튀김을 가리키며 이거라고 설명해줬다. ‘이곳에선 모두 저걸 먹나 보다’ 하고 나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고 라멘 한 젓가락, 두부 한 입 먹어보는데, 라멘보다 두부가 더 맛있었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연두부의 식감이 그대로여서 푸딩처럼 부드러웠다. 그런 음식은 처음이었다. (보통은 키키레스토랑에서 이 음식을 먹게 된다. 한국인이 많이 먹는 세트 메뉴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초두부로 향하는 길 2단계 : 도전 정신을 자극받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이 초두부를 어려워하기 때문에 어학당에서 음식을 가지고 문장을 만들 때면 초두부가 주제로 잘 등장했다. “너 초두부 먹을 줄 알아?” 이런 문장을 만들어 서로 묻고 답하는 것이다. 대만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비슷한 질문을 종종 받았는데, 중국어로는 “你敢吃嗎?(니간츨마)” 이렇게 말한다. 해석하면 ‘정말 먹을 수 있어?’ 이 정도 의미인데, 저기 ‘敢’이라는 한자가 ‘감히’ ‘용감하게’ 이런 의미가 있어서인지 나에게 저 문장은 왜인지 도전처럼 들렸다. ‘에이, 설마 먹을 줄 알아? 감히?’ 이렇게 들렸던 것이다(?). 그래서 ‘못 먹을 건 뭐냐!’ 하는 도전 정신이 불쑥 들어서 미식의 도시 타이난을 여행할 때 야시장에서 시켜보았다. 초두부는 크게 탕으로 끓인 것과 기름에 튀긴 것 두 종류로 나뉜다. 튀긴 게 진입장벽이 훨씬 낮기 때문에 우선은 튀긴 초두부를 먹었다. 그릇에 초두부 여섯 조각과 함께 곁들여 먹는 백김치가 나왔다. 대만 친구의 설명에 따라 백김치를 초두부 가운데를 살짝 찢어 올려 먹어보니, 완전 신세계였다. 두부가 이렇게까지 바삭해질 수 있다니! 겉이 살짝 딱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수분 없이 제대로 튀겨졌는데 느끼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 초두부의 세계에 입성한 뒤로 가끔 집 근처에서도 초두부를 사 먹었다.


초두부로 향하는 길 3단계 : 일단 튀긴 걸 먹으면 탕으로 넘어오는 건 쉽다

이제 남은 건 탕 초두부. 사실 길에서 나는 그 고약한 초두부 냄새는 거의 대부분 탕 초두부 냄새다. 그래서 탕 초두부는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튀긴 초두부로 만족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나보다 일주일 먼저 귀국하는 친구가 귀국 전 마지막 만찬으로 초두부를 먹고 싶다고 해서 얼렁뚱땅 마라탕 초두부집에 따라갔다. 귀국을 앞둔 싱숭생숭한 마음을 나누며 한두 젓가락 초두부를 떠먹는데, 의외로 그냥 마라맛이 나는 두부 탕이었다. 그 구리구리한 냄새는 끓이는 순간에만 나는 건가? 길에서 맡으면 그렇게 강렬한데 먹으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맛있는 정체를 숨기려는 암막 같은 건가. 신기한 음식이다 싶었다. 친구에게 왜 귀국 전 초두부가 먹고 싶었냐고 물어보니, 다른 대만 음식은 한국에서도 대부분 먹을 수 있지만 초두부는 없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들어보니 그 말이 맞다. 웬만한 음식은 딘다이펑에서 먹을 수 있고 펑리수, 라면, 과자 같은 건 구매대행으로 구할 수 있지만, 초두부를 파는 곳은 찾기 어려울 것 같다. 덕분에 탕 초두부까지 미션 클리어. 하지만 고백컨대, 난 루웨이는 먹어보지 않았다. 대만에 일 년이나 있었으면서 루웨이를 안 먹었다는 건 마치 한국에 살면서 떡볶이를 안 먹어본 것과 같은데, 하, 어쩐지 그 수많은 재료를 보고 있자면 머리가 아득해져서 뭘 어떻게 골라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가게를 지나쳐버렸다. (루웨이는 재료를 고르면 즉석으로 볶아주는 음식으로 짭짤하고 자극적인 맛이 특징이에요. 아니, 그렇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