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맞다! 2.0

가방 챙겨

by 불꽃지

작년 겨울

애들 등교시키고 한숨 돌리는 참이었다.


띠리링~ 불길한 벨소리

"엄마.. 실내화 가방이 없어... ㅜㅜ"


아..... C,

"어디 가지 말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현관에 널브러져 있는 큰 아들의 실내화 가방을 챙겨 들고 시동을 건다.

오늘도 또 2차 등교다.


이 놈의 실내화 가방,

국민학교 시절, 우리 엄마는 내가 맨날 두고 가는 실내화 가방을 챙겨주는 대신에

가방에 털실로 짠 덧버선을 넣어줬었다.

난 실내화 신은 날 반, 덧버선 신은 날 반으로 국민학교를 졸업했더랬다.


그리고 지금은, 매우 주기적으로 아들의 실내화 셔틀을 한다.

데자뷰다. 이게 삶의 연속성인가? ㅜㅜ


쨌든, 큰 아들을 무사히 학교에 밀어 넣고

집 앞 골목에 차를 대는데,

저 끝에서 무언가 나풀거리며 달려오는 작은 생명체가 있었다.

이 추운 날,

외투도 없이, 티셔츠 한 장에, 하얀색 실내화를 신고, 활짝 웃으며,


작은 아들이었다.


"너 뭐야?"

"엄마~ 책가방을 안 가져갔어~"

"뭘 안 가져가?"

"책. 가. 방.~"

ㅠㅠ


그렇다.

실내화 가방만 하나만 들고 등교한, 작은 아들이었다.

롱패딩이 무거워서 가방이 없는 걸 몰랐단다.

나름 그럴싸하게 핑계를 만들어 왔다.


장난해?


순간 머리가 쫙 갈라지며 솟구치는 화를 꾹꾹 누르며

집에 들어가 가방을 챙겨 다시 시동을 걸었다.

오늘은 특별히, 3차 등교다.


선생님께 말도 안 하고 교실에서 튀어나온 아들을

책가방과 함께 다시 학교에 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깊은 자괴감이 몰려왔다.

'잘 다녀오라며 현관에서 배웅한 나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아들을 탓할게 아니지...'


기분이 시궁창이 되려는 순간

드르륵 현관 중문을 여는데,


고양이가

나 살려라

헐레벌떡

달려왔다.


아랫도리는 홀딱 젖은 채로.

화장실에서...


딱 봐도 저것은 변기물.


모든 걸 끝내고 앉으니 점심시간이 돼버린

한 겨울의 어느 날이었다.




가방 챙기기,

대를 물려 이어가는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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