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다 엄마
아! 맞다! -라고 하면 '우산'이지.
우산 잃어버린 얘기는 너무 뻔해서 '별, 볼 것도 없겠군.' 하시겠지만,
요 근래 일이고, 아직도 회자되는 이야기라 몇 줄 적어본다.
그날도 밥 하기 싫은 저녁이었다.
밖에는 비가 꽤 많이 내렸다.
이런 날씨에 배달의 민족을 부르기가 그랬다.
저울질한다. 쌀을 씻을 것인가 우산을 들고나갈 것인가.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엄마들은 알 거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기 싫은 날...^^;
'!'
'차라리 발을 적시자.'
'기왕 나가는 거 내일 아침거리까지? 음~ 두 끼를 해결하는 거면 나갈만하지'
큰아들의 돈가스, 작은 아들의 떡볶이, 나는 샌드위치, 아침은 떡? 빵?
다채로운 메뉴를 통일할 수 없어서 동네를 크게 뺑 돌았다.
한 팔에는 주렁주렁 비닐봉지가 걸려있고,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접었다 폈다 하며,
먹을거리를 구하고 다닌다.
짜증이 명치를 넘어서고 있을 쯤,
마지막 코스, 파리바게트에 왔다.
젖은 문을 젖은 몸으로 밀쳐 젖히면서,
'아우, 무거워'라는 말이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대충 빵을 계산하고
많은 비닐봉지들을 왼 팔에 다시 정비하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발만 적시려고 했는데,,,,,종아리까지 다 젖었군. ㅜㅜ 빨리 가자' 서두르며,
우산꽂이에서 내 우산을 찾는데,
없는 거다. 내 우산이.
다시 뒤져도 없다.
뭐야?
또 누가 가져간 거야? 또?
이번이 두 번째다.
전에도 여기에 우산을 쓰고 왔다가
똑같이 나가려고 할 때, 다른 사람이 내 우산을 가져가고 없었다.
일본에서 사 온 비싼 우산이... 이번엔 못 참는다.
목소리를 높여 사장님을 찾았다.
아니,
왜 자기 우산이 아닌 걸 가져가죠?
제가 이게 벌써 두 번째예요.
여기만 오면 우산이 없어진다고요.
좀 전에 두 팀이 있다가 나갔죠? ....
따발총으로 불라불라하고 있는데,
직원이 '저기 손님! 손님!' 부르며 무겁게 뭘 끌고 오는 게 아닌가.
에이, 설마 ㅜㅜ
우산꽂이가 왜 저기에서 오지?
어?
저건,,,내..꺼?
이미 가게의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나갈까? 아이씨. 비가 넘 오잖아.'
직원이 계속, 계속,
우산꽂이에서 우산을 하나씩 들어 올리며 묻는다.
이거 아니세요?
이건요?
이건?
.
아까 들어오실 때 여기 꽂는 거 봤어요.
저쪽 문으로 들어오셨어요.
똑같이 생긴 우산꽂이 두 개,
똑같이 생긴 문이 두 개,
이 동네에 일 년 가까이 살았는데, 처음 알았다.
"어떻게 문이 두 개 있는 걸 모를 수 있지?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방향이 다르면 당연히 이상하지 않나?"라고 하신다면,
당신은 주의력이 참 건강하신 분입니다.
ADHD 우리네를 설명하자면, 이렇습네다.
-어디에 물건을 두고 나오는 건, 차치한다. 입 아프다.
-일단 새로운 공간에 들어와서 몇 발자국 움직이면, 방향은 잊는다.
-늘 이용하는 건물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왼쪽 오른쪽 어디로 갈지 순간 멍하다.
-일상적으로 늘 다니는 곳의 물건도, 내 시야에 들어온 적이 없으면 생전 첨 보는 물건이다.
'아! 맞다', '아! 맞다'를 달고 살아, 아만다 엄마라 불리는 나는,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그것도 나보다 더 심한 두 아들을...